‘지는 특수통, 뜨는 공안통’…로펌 전관 영입 판도 바뀌었다
수사권 조정·중수청 설립
반부패부 검사들 인기 시들
노동사건, 형사사건으로 변모
노동·공안 전관 수요 증가
8대 로펌서 '귀한 몸' 대접
관련 대응 조직 500명 육박
최근 검찰 내 공공수사(공안)와 노동 전담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전관 검사들이 대형 로펌에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기가 많았던 '특수통(반부패부)' 검사들은 수사권 조정과 중수청 설립으로 찬밥 대접을 받는 반면 과거엔 인기가 없었던 공안 검사들에 대한 영입 경쟁이 활발해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특수로 새로운 시장이 생겨난 영향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8대 로펌이 영입한 검찰 노동·공안 분야 전관은 최소 3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23기)과 한정화 전 수원지검 공안부장(29기), 박승환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32기) 등을 영입했다. 세종은 검찰 재직 당시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 집필을 총괄했던 진현일 변호사(32기)를 중대재해대응센터장으로 앉히고, 박진원 전 대전지검 공안부장(30기)을 합류시켰다. 광장은 대검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를 집필한 허훈 변호사(35기)와 검찰 중대재해수사 매뉴얼 집필을 총괄한 차호동 변호사(38기), 전국 단위 노동 수사를 지휘했던 홍정연 전 대검 노동수사지원과장(37기)을 영입했다. 율촌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2부 부장검사를 지낸 송봉준 변호사를, 화우는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를 총괄했던 이성식 전 3차장검사(32기)를 영입했다.
로펌들이 앞다퉈 노동·공안 분야 검찰 전관 모시기에 나선 것은 기업 관련 노동 사건이 검찰의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가 동반되는 '형사 사건'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 송무부문 대표는 "과거에는 노동과 공안 분야 검사들이 퇴임 후 변호사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고, 오히려 검찰청 내에서 기획 업무와 결합해 승진 코스로 가는 루트였다면 지금은 뒤바뀌어 로펌에서 유일하게 찾는 검사가 공안검사"라고 했다.
본지가 8대 로펌별 관련 대응 조직 규모를 합산한 결과 500명에 육박했다. 김앤장은 국내 최대 규모인 15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대재해 대응그룹'과 '노동정책 TF'를 통해 산업별 맞춤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세종은 7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중대재해대응센터 내에 검·경 및 고용부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중대재해긴급대응팀'을 꾸려 24시간 현장 밀착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율촌과 지평은 각각 60명, 40명 규모의 중대재해센터를 운영하며 수사와 컴플라이언스를 양 축으로 조직을 고도화했다.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 관련 대응도 치열하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태평양은 고용노동부가 실질적 지배력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하급심 사건(CJ대한통운, 현대제철 등)에 직접 관여했다. 율촌은 모 지주회사 등을 대상으로 계열사 운영 방식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 판단에 미칠 수 있는 리스크를 분석해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지평은 소수 노동조합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사건에서 사측을 대리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노동·공안 분야 사건에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광장은 석탄 하역 작업 중 발생한 매몰사고에서 대표이사 및 공장장 전원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전부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율촌은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항소심 포함 총 6건의 무죄 판결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화우는 삼성물산·삼성E&A의 중대재해법 위반 등 혐의 사건에서 모두 내사종결을 이끌어냈고, CJ대한통운 사건에서도 불기소처분을 받아냈다. YK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발주자성'을 적극 소명해 불입건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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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로펌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으로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사고 원인과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차단하는 논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로펌 경영부문 대표는 "검찰 간부급들을 만나면 '진작에 노동·공안으로 전향할 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중수청 출범으로 반부패 수사 검사들은 인기가 시든 반면 노동·중대재해·노란봉투법 등 형사사건 전반을 다룰 수 있는 공안검사 수요만 넘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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