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 수장'은 누구인가
'수급' 중심 에너지 안보 체계
에너지 자립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 정부 부처 중 이름에 '에너지'가 들어간 곳은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가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 위기가 닥쳤을 때 전면에 나선 이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아닌 김정관 산업통상부(산업부) 장관이었다.
김정관 장관은 연일 주유소를 방문, 석유 가격을 확인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김성환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 등과 함께 전력 수급 상황을 챙겼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에너지안보 장관회의 및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이도 김정관 장관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역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접근성 확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등 폭넓은 의제를 담은 공동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쯤 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안보 수장'은 기후부 장관이 아니라 산업부 장관임이 명확해진다. 기후부에는 엄연히 에너지를 전담하는 2차관이 존재하지만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를 대표하는 부처는 산업부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이 사실을 기후부 쪽에서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에너지 수급 및 수출입'과 관련된 업무는 산업부 장관 소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휘 아래 각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해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후부가 출범할 당시 석유, 가스, 석탄, 원전 수출 업무는 산업부에 남고 전기, 수소, 열 등의 업무만 기후부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석유와 가스 등 국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이르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에너지 안보를 산업부가 챙기게 된 것이다. 산업부에는 자원 안보를 담당하는 국장급 조직이 있다. 반면 기후부는 2차관 산하에 기후에너지정책실과 에너지전환정책실 등 2개의 조직에서 에너지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에너지 안보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급'이 아닌 '자립'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률을 19%로 파악하고 있다. 이 비율을 더 높인다면 우리나라는 대외적인 에너지 위기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자립은 하나의 이슈다. 현재 에너지 자립을 총괄하는 부처는 기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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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에너지 안보의 중요도가 커지자 2023년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를 출범시켰다. 역시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하나의 이슈로 본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번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에너지 안보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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