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주지 승려가 코로나로 사망하자, 망인의 통장에서 돈을 빼 쓴 후임 주지 승려와 계좌 관리인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7월 17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A, B 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25도5236).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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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계]

1994년 4월부터 서울 중랑구에 있는 C 사(寺)의 주지 승려로서 사찰을 운영하던 D 씨는 2022년 3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했다. D 씨의 사망 이후 A 씨는 주지 승려로 취임했다. 2000년경부터 C 사에서 D 씨의 지시에 따라 계좌를 관리하던 B 씨는 A 씨와 함께 공모해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 등을 활용해 D 씨 명의 계좌에서 총 2억 5000만 원을 출금 및 A 씨의 명의 계좌로 이체했다.


[하급심 판단]

1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사회봉사도 함께 명령했다. 1심은 "범행 당시 해당 계좌에 보관된 돈이 D 씨 개인소유가 명확한 점, 이들에겐 횡령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항소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 씨와 상속인인 피해자 사이 이 사건 계좌에 보관된 돈에 대한 위탁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 씨가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위탁관계에 의해 망인인 D 씨의 계좌에 입금된 돈을 상속인을 위해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와 상속인 사이에 계약관계나 명시적인 위탁 행위가 없었다거나, 상속인이 은행에 예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며 "D 씨가 사망함에 따라 상속인인 피해자는 이 사건 D 씨 계좌 금액을 상속했고, B 씨는 D 씨의 위임에 따라 계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서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비춰 상속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원심 판단과 같이 D 씨의 사망으로 D 씨와 B 씨 사이 위임이 종료됐다고 보더라도, B 씨는 민법상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해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등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상속인과 형법상 위탁관계까지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횡령죄의 위탁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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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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