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 우회상장 통로 활용
연초 이후 44건…90억달러 조달
올해 주가는 평균 73% 하락
'우회상장' 통로인 기업인수합병목적회사(SPAC·스팩)가 미국 비상장 기업들 사이에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전통적 자금조달 창구인 기업공개(IPO) 시장이 둔화하자 스팩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연초 이후 44건의 스팩 상장을 통해 약 90억달러(약 12조6000억원)의 자금이 시장에 조달됐다고 전했다. 이는 2024년 전체 실적인 57건(96억달러)에 맞먹는 규모다.
스팩은 전통적인 상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비상장 기업이 빠르게 상장할 수 있는 수단이다. 스팩 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인 2021년 활발했다가 금리 인상과 증시 하락,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스팩 합병 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급격히 위축된 바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미국 IPO 시장은 연초 높은 기대감 속에서 출발했지만 1분기 중반부터 둔화세를 보였다. 다만, 분기 전체로 보면 2022~2024년에 비해서는 확연한 회복세라는 평가다. PwC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 빠르게 변하는 인공지능(AI) 시장, 관세와 이민 등 정부 정책 변화 등이 맞물리며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IPO를 준비 중이던 많은 기업이 더욱 안정적인 시장 여건을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최근 높아진 인기에 비해 시장 성과가 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스팩을 통해 우회상장한 17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73%가량 하락했다. 일례로 지난 4월 스팩 합병을 통해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위불'의 주가는 지난 4월14일 종가 기준 62.9달러에 달했지만 전일 기준 12.41달러로 5분의 1 토막 난 상태다.
시장에선 바이든 정부 대비 트럼프 행정부의 증시 규제 완화 기조로 인해 스팩 시장에 활기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FT는 "과거 게리 겐슬러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시절에는 스팩 합병 절차가 기존 IPO와 동일한 수준으로 강화됐지만 폴 앳킨스 신임 SEC 위원장 아래에서는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