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전 美재무 "우크라 광물협정, 베르사유 조약같아" 비판
"침략 피해자 자산 보상 요구 안 돼"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광물 협정 체결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베르사유 조약 같다"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서머스 전 장관은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세부 내용을 보진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제안하는 것은 침략자가 아니라 침략 희생자에게 부과하는 베르사유 조약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베르사유 조약은 1919년 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연합국이 독일에 천문학적 전쟁배상금을 부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의 지불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막대한 배상금 탓에 연합국에 대한 독일 국민의 분노가 치솟았고,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미국 정부의 군사·재정 지원 대가로 5000억달러 규모의 광물 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협정문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천연자원뿐 아니라 항만 등 기반 시설에서 창출하는 수입의 절반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올하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미국에 광물 자원을 제공하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광물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주 또는 다음 주에 미국에 온다고 밝혔다.
서머스 전 장관은 광물협정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의 재건을 지원했던 마셜 플랜을 비교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서유럽의 재건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자금을 지원했다"며 이를 냉전 시기 미국의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정책이 침략 피해자를 비난한 다음, 파괴되고 엄청난 빚을 진 그 피해자에게 그들의 얼마 안 되는 자산을 우리가 한 일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베르사유 조약을 넘어서는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이제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모든 열망이나 욕구를 뒷받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종식 노력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날 미국은 유엔 총회에서 3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략 책임을 묻는 내용이 빠진 결의안을 제출했고, 이를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이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에 보낸 수천억달러와 군사 장비를 회수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와의 경제적 거래가 전쟁 종식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광물협정에 대해 "국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미국 국민의 이익을 우크라이나 국민의 이익과 일치시킨다"고 주장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은 영국이 1938년에 저지른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영국은 나치 독일의 영토 확장에 맞서지 못했는데,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교류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우리는 침략자를 그저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이 이런 접근 방식을 취하는 세상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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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향후 5년간 매년 국방 예산 8%를 감축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서는 미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약화하고, 해외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에 대한 엄청난 전략적 선물"이라며 "만약 중국의 행보가 더 가벼워진다면 이는 중국이 세계 질서를 계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 관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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