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19일 최 회장을 포함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 2기 산업통상정책에 대비하려면 행정부 주요 관계자를 만나야 하는데, 탑승전까지도 누구를 만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공식 임명을 받지 않은 상태였고 현지에서 어떤 협의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컸다. 대한상의 실무진들은 러트닉 장관이 방미 일정 중 공식 임명될 경우 즉각 미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세부 전략을 짜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고민했다. 하지만 비행 내내 불확실한 변수에 대한 우려는 여전했다.

미국 도착 직후 대한상의 실무진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공식 협의 채널을 가동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혼란스러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먼저 발표하고 실무진이 뒷수습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각 부처는 법률 검토와 정책 방향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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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장관은 회장단의 방미 기간 중 장관으로 공식 임명됐다. 그리고 우리 기업인들을 만났다. 한국 기업을 홀대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 투자만 요구했다고 알려졌는데, 정작 현장에 있는 기업인 말로는 장관이 기업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보였다고 한다.


취임식 직전 짬을 내 대한상의 회장단과 면담한 그는 일정 규모 이상 투자에는 ‘인베스트먼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전담관을 배치하고 신속한 행정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 참석자는 "미국이 한국 기업들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투자 협조 의지가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면 각종 혜택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는 것이다. 관세라는 ‘채찍’과 인센티브라는 ‘당근’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인 셈이다.


한국 정부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까. 미국이 자국 내 투자를 독려하는 동안 우리 정부는 기업들을 붙잡아 두기 위한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때마침 우리 국회에선 기업들의 줄소송 가능성을 키우는 상법 개정안이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또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검토가 거론되지만 이미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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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자국 내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다. 한국 기업들 역시 무조건 경계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흐름을 방치한 채, 뒤늦게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텅 빈 한국에서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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