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운전 사고 후 이른바 ‘술 타기’ 수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실제 수사 기록과 정황상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부족한 것으로 취재됐다. 비난이 확산되면서 국회에서는 ‘김호중 방지법’까지 제정됐지만, 정작 김 씨가 실제로 ‘술 타기’를 했는지는 재판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술 타기’ 충분히 규명됐나
법률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의 ‘술 타기’ 여부는 다툼의 여지가 다분하다. 우선 ‘술 타기’는 애초 수사 단계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술 타기와 관련한 내용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 약 2쪽,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9줄에 불과했다. 전체 11권, 3500쪽에 달하는 전체 수사 기록 중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김 씨의 사고 후 행적도 전형적인 술 타기 수법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술 타기 수법이란 음주운전 사고를 낸 사람이 추가로 술을 마셔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없게 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음주 측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고 당시보다 높은 도수의 술을 구입해 마시는 척하면서 사실상 대부분 버리고 음주 측정 후에는 사고 후 추가로 마신 술에 의한 측정치라고 뻗대는 수법이다.
김 씨는 사고 당시 매니저가 허위로 자수할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음주 측정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보기 어려웠다. 구매한 주류 역시 사고 전 마신 소주보다 도수가 낮은 맥주였다. 김 씨의 변호인인 임혜진(49·사법연수원 31기)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지난 12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를 지적하며 “만약 술 타기였다면 캔맥주가 아닌 독한 양주를 마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는) 체격이 건장한 30대인데, 혈중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런 술을 고른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검사장 출신 주영환(55·27기) 변호사는 “김 씨가 잘못을 한 건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술 타기’라는 행위가 없었는데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감내하는 건 가혹하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한 로펌 변호사도 “음주를 안 했다는 거짓말과 허위 자수 등 초기 수사 태도 때문에 맥주를 구입한 사실이 술 타기 의혹으로 과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양형 이유에 “모텔 입실 전 맥주를 구매하는 등 범행 직후 피고인의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씨의 추가 음주 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호중 방지법’ 별명까지 붙었는데···
대검찰청은 김 씨 사건 이후 “형사사법 체계를 무너뜨리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것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경찰의 음주 측정을 방해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며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9일 소속사 대표, 매니저 등과 회식한 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자신이 몰던 벤틀리 승용차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신호 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매니저 장 모 씨에게 허위로 자수하게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도 받고 있다. 사고 직후 모텔로 이동한 김 씨가 맥주를 구매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른바 ‘술 타기’ 수법으로 음주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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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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