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장
한가지 일보다 '포트폴리오' 인생 생각할 때
장수시대에 맞춰 자산관리 전략 새로 짜라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은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이들의 자산관리에 대해 "죽을 때까지 현금흐름이 마르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은퇴자산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가 5명당 1명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면서 "현재 40대 여성의 경우 90세 이상까지 사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은퇴자산 관리도 장수 시대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앞서 있는 일본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30%를 넘어섰다며, 우리나라도 빠르게 그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특징으로는 부동산 자산 비중이 70~80%에 달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 센터장은 "부자들까지 포함한 평균치이기 때문에 일반 가구의 경우에는 자산의 부동산 편중이 더 심할 것"이라며 "거주 목적 부동산은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은퇴 후 현금흐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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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은퇴자산 설계의 기본 구조로 국가·기업·개인이라는 경제 3주체와 연계된 '3층 연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 그것이다. 여기에 개인자산을 활용한 '셀프연금'과 주택연금까지 더해 5가지 현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종신형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노후 소득원으로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연금수령만으로는 은퇴 생활이 힘들 수 있다"면서 "연금과 소득 활동을 병행하는 '연금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월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연금으로 100만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일을 통해 벌어들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보스턴대학 은퇴연구센터에 따르면 은퇴 시기를 2년만 늦춰도 은퇴 파산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가 제시한 '포트폴리오 인생'도 소개했다. 은퇴 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일을 조합해 정체성과 소득원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다고 해서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며 "일주일에 며칠은 강의를, 며칠은 다른 일을 하는 등 유연하게 근무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은퇴 후 처음 10년이 자산관리의 승부처라고 강조했다. 이 기간에 큰 투자 손실이나 금융사기를 당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사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금융사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센터장은 "은퇴자산 중 2년 정도의 생활비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주식 등 투자자산 가치가 급락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쿠션'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S&P 지수가 60%가량 하락했다가 1~2년 후 회복된 사례를 들며, 시장 급락기를 버틸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퇴직 전에 반드시 부채를 모두 정리하고 은퇴를 맞이해야 한다"며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퇴직금을 써버리면 이후의 노후생활이 매우 힘들어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많은 은퇴자가 퇴직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장 큰 노후자금을 없애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은퇴는 정답이 없다"면서도 "최선을 추구하는 것보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것이 은퇴게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은퇴 후 삶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적인 자산관리 원칙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도심 생활을, 어떤 이는 전원생활을 선호할 수 있다"며 "개인의 선호도를 고려하되 재무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이경도 기자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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