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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남미 카르텔 국가'인가 [초동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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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남미 카르텔 국가'인가 [초동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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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남미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보스인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의 경쟁 조직인 칼리 카르텔의 흥망성쇠를 다룬 작품이다. 마약 범죄와 관련된 드라마이지만 현재의 남미가 왜 카르텔로 고통받고 있는지를 잘 표현한 수작이다.


흔한 밀수업자였던 에스코바르는 코카인 밀매에 손을 대면서 막대한 부와 명예를 쌓는다. 에스코바르의 성공 요인은 ‘은 아니면 납(Plata o Plomo)’이라는 정책으로 요약된다. 즉 돈(은)을 받든지 아니면 총알(납)을 받으라는 것이다. 경찰,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들에게 카르텔에 협조해 부자가 되거나 아니면 죽으라는 일종의 협박이다. 협조하는 대상에게는 돈을 주거나 보호를 해줬고, 심지어는 에스코바르의 조직인 메데인 카르텔의 근거지가 되는 메데인시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그는 콜롬비아 자유당에 입당해 1982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으며 대통령 자리를 꿈꾸기도 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도 강했다.

본인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철저한 보복으로 대응했다. 카르텔 척결을 외치는 대선 후보가 탄 여객기를 폭파하기도 했다. 드라마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메데인 카르텔에 살해된 대통령 후보는 3명에 달한다. 또 본인의 범죄 행위를 폭로한 법무부 장관을 대낮에 대로에서 암살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일들을 계기로 정부와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갔다. 콜롬비아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며 그중 가장 압권은 에스코바르가 무장 게릴라 단체를 사주해 보고타의 대법원을 습격한 것이다. 미사일, 탱크, 기관총까지 동원된 충돌에 판사만 10명이 넘게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게릴라들은 대법원에 있었던 마약 범죄인 관련 서류를 모두 불살라버리기도 했다. 모두 에스코바르가 원했던 일이다.


지난 19일 새벽에 벌어진 서울서부지법 습격 뉴스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었던 것은 드라마 ‘나르코스’에서 보던 장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기가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습격자들은 카르텔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서버에 물을 뿌려 기록을 삭제하려 한 것은 보고타 대법원의 범죄인 기록서류를 불살라 버린 것과 다르지 않다. 또 다행히 서부지법 습격의 경우 사망자가 없었지만 습격자들이 영장 심사 판사의 이름을 외치며 찾으러 다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의 의도도 메데인 카르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부지법 습격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다. 법원을 공격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어물쩍 넘어가거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다음 대통령이 대규모 사면 등으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주면 안 된다. 판사가 폭력을 걱정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정의가 실천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에스코바르의 대법원 습격 이후 공격을 두려워한 판사들이 복면을 쓰고 재판정에 출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의의 편인 판사들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범죄자인 카르텔 조직원들은 당당하게 맨 얼굴로 거리를 활보한 것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에스코바르는 정점에 올라선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정부의 대대적인 소탕작업 끝에 주택 지붕에서 경찰들의 총에 맞아 비참하게 숨졌다. 에스코바르는 죽었지만 경쟁 카르텔들은 여전히 남아 콜롬비아를 병들게 하고 있다. 에콰도르, 과테말라 등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도 카르텔에 신음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습격자들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다. 판사가 본인의 판결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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