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곳은 아버지 칠순을 기념해 가족여행을 온 베트남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객실서 가족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영상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보고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를 들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는 실무선에서 선거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이 안 되는 괴담으로 치부하는 음모론이다. 윤 대통령은 단 한 번의 선거, 그것도 실무를 전혀 경험할 수 없는 후보로 치른 선거가 전부라서 저런 음모론을 믿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정선거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은 개표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바로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개표장에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개표에 참여하는 인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표참관인도 있다. 각 정당과 후보 그리고 선관위 공모를 통해 뽑는 인원들이 개표 과정을 감시한다. 이들은 자유롭게 개표 현장을 돌아다닐 수 있다. 특히 정당과 후보 관련 참관인은 개표가 본인 후보의 당락을 결정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다. 또 관람을 희망하는 대한민국 유권자는 누구나 참관석에서 개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총선에 개표 부정이 있었다면 전국의 모든 개표참관인, 그것도 상대 당과 후보 개표참관인의 눈을 속여야 한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중앙선관위의 전산을 조작해 당락을 바꾼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도 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총선의 경우 각 지역선관위가 본인이 담당한 선거구 개표를 담당하게 되고, 지역선관위가 집계한 개표 결과를 중앙선관위에 보고한 뒤 그 내용이 공표되는 형식이다. 우리가 방송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는 개표 진행 상황과 개표 현장은 대략 한 시간에서 30분 정도의 텀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후보 캠프에서 현장에 파견한 개표참관인을 통해 개표 결과를 먼저 알게 되며, 나중에 이 내용을 중앙선관위가 발표하는 내용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만약 개표 현장과 중앙선관위의 개표 결과가 다르면 난리가 날 것이다. 즉 중앙선관위의 전산이라는 것은 각 지역선관위가 보내주는 데이터를 취합하는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투표지 분류기와 전자계수기를 해킹해 개표를 조작한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소리다. 투표지 분류기로 분류된 투표용지는 사람이 직접 세어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분류가 됐는지도 확인한다. 이후 사람이 센 투표용지의 매수가 맞는지를 전자계수기를 통해 재확인하게 된다. 말이 자동화지 사실상 수개표인 셈이다. 투표지 분류기와 전자계수기는 수개표에 도움을 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이럼에도 선거 부정, 개표 부정을 외치는 사람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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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취재하며 만나본 선관위 공무원들은 본인들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투표를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공정하고, 선거와 관련된 질문에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공무원들이었다. 이번 비상계엄은 국민 불안은 물론 사명감으로 일하는 선관위 공무원들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제발 정상적인 세상에서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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