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택 2024]
미국의 대표적인 무소속 진보 정치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된 11·5 대선 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다고 '작정 비판'을 쏟아냈다.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4선을 확정지은 그는 일반적인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수용하지 못한 것이 민주당의 '선거 재앙'으로 이어졌다면서 교훈을 얻을 것도 촉구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해온 샌더스 의원은 선거일 다음 날인 6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한 2페이지 분량의 성명을 통해 "노동 계층을 버린 민주당을 노동 계층이 버렸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은 크게 놀랍지 않다(no great surprise)"면서 "먼저, 백인 노동계급이었고 이제는 라틴계와 흑인 노동계급 또한"이라고 밝혔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한 백인 노동 계층의 지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이어진 데 이어, 이번 2024 대선에서는 전통적인 '민주당 집토끼'로 분류돼온 라틴계, 흑인층까지도 공화당으로 돌아선 것이 확인됐음을 꼬집은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는 현상 유지를 옹호하지만, 미국 국민들은 분노하고 변화를 원했다"면서 "그리고 그들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인의 60%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소득, 부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면서 "놀랍게도 미국 평균 근로자의 실질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급은 50년 전보다도 실제로 낮아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발전, 생산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많은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보다 생활 수준이 나빠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로봇공학의 발전이 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샌더스 의원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많은 1인당 지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지 못하는 유일한 주요 부국"이라며 의료 서비스, 높은 처방약 부담금, 유급 가족의료휴가 문제 등도 꼬집었다. 또한 "미국인 대다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극단주의자 네타냐후 정부(이스라엘)가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면전을 벌이며 끔찍한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도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을 장악하는 큰손 후원자들과 보수 높은 컨설턴트들이 이 재앙적인 캠페인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반문하면서 "그들이 수천만 미국인이 겪고 있는 고통, 정치적 소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적, 정치적 힘이 강력해지는 정치에 어떻게 맞서 싸울지 아이디어가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앞으로 몇주, 몇 달간 풀뿌리 민주주의, 경제정의를 우려하는 이들은 매우 진지한 정치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에서 무소속으로 활동 중인 샌더스 의원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협력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 캠페인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입장을 달리하며 비판을 쏟아내 왔고, 바이든 행정부가 의료, 교육, 보육, 노동자 권리 등의 측면에서 진보적 경제정책을 채택할 것도 적극 권장해왔다. 올해 83세로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나이가 많은 그는 전날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제럴드 말로이 후보를 꺾고 6년 임기의 상원의원에 네 번째 당선됐다. 이에 따라 89세까지 상원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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