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스티안 루이즈 '비냐 타라파카' 와인메이커 인터뷰
1874년 칠레 마이포 밸리서 설립된 와이너리
생물다양성 적극 보전 방식으로 포도밭 관리
올해 설립 150주년 한정판 기념 와인 출시
"균형 잡힌 생태계에서 균형 잡힌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며, 이러한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며 성장하고 발전할 것입니다."
세바스티안 루이즈(Sebastian Ruiz Flano) 비냐 타라파카(Vina Tarapaca) 수석 와인메이커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타라파카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적극 보전하고 회복하는 방식으로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생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한 생태계에서 자란 포도가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에도 훌륭한 품질을 보여줄 수 있고, 타라파카는 고품질의 와인으로 이를 증명했다는 것이다.
비냐 타라파카는 1874년 당대의 저명한 양조학자였던 프란치스코 데 로하스 이 살라만카(Francisco de Rojas y Salamanca)가 칠레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올해 150주년을 맞았다. 설립 당시 '비냐 데 로하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타라파카는 이후 소유주가 변경되며 '타라파카의 사자'라는 별명으로 칠레 북부 타라파카 주(州)의 상원의원을 거쳐 훗날 대통령까지 역임한 아르투로 알레산드리(Arturo Alessandri)에 대한 존경을 의미를 담아 1927년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타라파카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생물다양성의 집(Home of Biodiversity)'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와인 생산을 목표로 마스터 플랜을 세웠다. 루이즈 수석은 "타라파카는 포도밭의 자연적·생태계적 균형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유종 및 토착 동식물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농업 경제학자와 생태학자, 조경사 등으로 팀을 구성해 농업 단지의 동식물 간 균형을 보존하고 복원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라파카는 단순히 기존 생태계를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되살리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생물학적 통로(Biological Corridor)'다. 루이즈 수석은 "안데스산맥과 해안산맥을 단절시킨 포도밭 사이에 길을 내고 다양한 야생 식물을 심어 동물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연결한 것"이라며 "타라파카는 총 2600헥타르(ha)의 부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611ha에만 포도를 재배하고 나머지는 생물다양성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물학적 통로 개설 작업 등을 통해 자연스러운 먹이사슬을 되살리고 있고, 실제로 안데스 여우와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 등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이즈 수석은 생물다양성의 확대가 궁극적으로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생물종이 다양해질수록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복잡해지며 생태계가 강화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포도의 작황과 품질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해충과 질병 등이 인위적인 개입 없이도 예방되고 해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생태계는 다양한 야생효모가 포도에 번식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준다. 현대 양조에서 효모의 다양성은 와인의 개성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평가받는데, 포도 재배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생성된 효모가 와인에 독특하고도 다채로운 풍미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타라파카는 와이너리 운영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와인 생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타라파카는 포도 수확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기 폐기물을 활용한 바이오가스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독자적인 와인병을 고안하고 PVC 포일 사용을 줄이는 등 에코 패키징도 적극 도입해 폐기물 감소에 앞장서고 있다.
타라파카는 올해 설립 150주년을 맞아 한정판 기념 와인을 선보였다. 이번 기념 와인은 타라파카의 생물다양성에 대한 헌신을 반영하는 뛰어난 와인으로 마이포 밸리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68%, 시라 30%, 카베르네 프랑 2%를 섞어 만들었다. 기분 좋은 산미와 미세하고 둥근 타닌의 균형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며, 특히 타라파카의 가장 오래된 포도밭에서 자란 '올드 바인(오래된 포도나무)'을 선별해 만든 만큼 최상의 우아함을 자랑한다.
루이즈 와인메이커는 "포도나무가 나이를 먹으면 줄기와 가지가 아닌 열매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데, 이는 사람이 나이를 먹는 과정과 비슷하다"며 포도나무도 나이를 먹으면 양적인 성장과 외적인 성장보다는 질적, 내적 성장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0년 이상 일한 타라파카는 나의 인생과도 같다"며 "이번 150주년 와인은 타라파카의 긴 시간이 응축된 과실의 풍미를 우아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와인"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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