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탄 크리스나무티 IBM 아태 부사장 인터뷰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다. AI 성능 경쟁에서 생태계 구축 싸움으로 넘어가면서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고 있다. IBM은 파트너십 자체를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산업군, 기업 규모, 데이터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침투하려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체탄 크리스나무티 IBM 아시아태평양 에코시스템 및 디지털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지난 4일 여의도 한국IBM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IBM의 경쟁력으로 ‘파트너십’을 꼽았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아태지역에서 AI 사업인 왓슨비즈니스 총괄 등을 역임한 산업 전문가다. 현재는 클라우드, 데이터, 소프트웨어(SW) 등 파트너사를 확대해 IBM의 세일즈 역량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AI 시장이 점점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AI 도입 속도가 이전보다 2.5배 정도 빨라지면서 1조달러(약 1380조원) 규모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도 급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트렌드가 빠른 시장"이라며 "금융을 필두로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기회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IBM은 파트너십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아마존, 구글처럼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라 불리는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부터 삼성SDS, LG CNS 같은 IT 서비스 업체, 로컬 SW 개발사까지 다양한 레벨에서 파트너십을 맺는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기반한 클라우드 환경이나 IT 시스템과 상관없이 IBM의 AI 기술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 플랫폼 ‘왓슨X’에서 고객사는 사내 서버, 단일 클라우드, 멀티 클라우드 등 저장 위치에 상관없이 모든 데이터에 접근해 AI로 작업할 수 있다. 고객사 니즈에 따라 IBM의 거대언어모델(LLM) ‘그래니트’부터 한국 스타트업인 마인즈앤컴퍼니가 메타의 ‘라마2’를 튜닝한 한국어 모델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기술 적용의 제한을 없앤 만큼 IBM은 고객사가 AI로 구현하려는 목표를 정하는 것부터 세일즈를 시작한다. 다양한 산업군에서 만든 적용 사례 중에서 원하는 목표를 택하고 거기에 맞는 데이터 환경 구축, AI 모델 관리 등을 도맡아 해준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제공할 수 있는 기술 도구를 얘기하는 타사와 달리 IBM은 AI로 이루려는 목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며 "이후 목표에 맞는 기술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세스"라고 설명했다.
AI 산업에서 개방형 생태계에 선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IBM은 메타, 인텔 등 기업·연구기관 50여곳과 글로벌 오픈소스 커뮤니티인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다. 국내에선 카카오가 속해있다. AI 모델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오픈AI나 구글과 달리 오픈소스로 공유한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이를 통해 고객에게 유연성과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다"며 "다양한 모델을 신뢰할 수 있는 IBM 플랫폼에서 이용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연성을 기반으로 IBM은 중소기업도 공략하고 있다. 크리스나무티 부사장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이즈의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도록 돕겠다"며 "데이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자동화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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