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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유이치 히라코 'New Home'·이현정 개인전 '빛의 추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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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유이치 히라코 개인전 'New Home' = 갤러리바톤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의 개인전 'New Home'을 개최한다. 작가는 자연, 동식물, 인간의 공존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화풍으로 조명해왔다.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회화, 조각 및 설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매체의 다양한 특질을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저변의 고유한 주제 의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해 낸다.

유이치 하라코_2024_Lost in Thought 203_acrylic on canvas_291x218.2 cm.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유이치 하라코_2024_Lost in Thought 203_acrylic on canvas_291x218.2 cm.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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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춘 일본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작가는 마을에 인접한 울창한 숲이 동식물이 의식주를 위탁하는 순환계의 구심임을 체득하며 성장했다. 이후 런던에서의 대학 생활 동안 도시의 녹지대와 인테리어용 식물의 주된 존재 이유가 인간의 정신적 위안에 치중되어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인공적인 장소에 이식되어 기본적인 생육에 통제를 받다가 차례로 소멸하는 상황이 애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일까'라는 그의 문제의식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주제로까지 발전했다.


이는 모든 자연을 통일된 하나의 전체화된 개념에서 조망하는 심층 생태학(Deep ecology) 관점과도 연결되는데, 그는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자연은 극복하거나 개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동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 독립적인 대상임을 설파해왔다. 파괴된 자연과 고통받는 동식물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 현대 환경 보호 운동의 효과적인 어젠다라면, 작가는 미술의 매체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탈 제도적이고 온건한 방식으로 작품 자체의 미학적 가치에 더해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드러내고 있다.

유이치 히라코_2023_Lost in Thought 110_acrylic on canvas_194x259 cm.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유이치 히라코_2023_Lost in Thought 110_acrylic on canvas_194x259 cm. [사진제공 =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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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주요 요소이자 근간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캐릭터와 고양이, 강아지 등의 동식물은, 작품의 복합적인 서사성을 배가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하며 중심 주제에서 다층적으로 분화해가는 세부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다. 이러한 보조 캐릭터는 유사한 시각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구성 기법에 있어 하나의 정석으로 여겨지는데, 장편 또는 시리즈에서 자칫 발생하기 쉬운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장면의 정황 전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와 같은 선상에서 항상 보호받는 설정은, 자연과 동물이라는 대상에 대해 작가가 품고 있는 연민을 상징한다. 공통된 특질을 공유하기에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크기와 세부적인 부분에서 저마다의 부여된 차별성을 가진 조각들은, '동일한 집단 안에서의 설계된 세부 변이'라는 자연의 핵심적인 시스템적 특성을 시뮬레이션한다.


전시명 'New Home'은 인간의 관점에서 앞으로 펼쳐가야 할 미래의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작가의 대안적 해답이다. 북, 통기타, 랜턴 등 지난 세기를 상기하는 사물의 빈번한 등장은, 유한한 자원하에서 지구의 주기성에 맞춰 생육을 위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자연이 순응과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극단적인 착취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세의 지배적인 특징 중 하나는 과학적 합리성과 증명의 극단적인 신봉이고, 이런 관점에서 히라코의 작업은 하이브리드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무척이나 초현실적이고 낯설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점에서 그는 무수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자연과 인간의 암묵적인 공존의 역사가, 비정상적이고 퇴보로 치부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위트 있고 때로는 의미심장하게 환기한다. 전시는 7월 13일까지,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갤러리바톤.


쏴아쏴아 Sswaasswaa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4. [사진제공 = 갤러리에스피]

쏴아쏴아 Sswaasswaa Oil on canvas 130.3x162.2cm 2024. [사진제공 = 갤러리에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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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개인전 '글리치 파라다이스(Glitch Paradise)' = 갤러리에스피는 이샛별 개인전 '글리치 파라다이스(Glitch Paradise)'를 진행한다. ‘글리치 파라다이스’는 디지털 시스템상의 오류로 발생하는 글리치와 인류의 염원이 담긴 지상낙원(Paradise)을 합성한 제목으로 작가가 그림에서 구현한 낭만 속의 불길함을 함축한 말이다.

전시는 2021년 열렸던 '레이어 스케이프(Layerscape)'로부터 연장된 23점의 신작들로 구성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화상으로만 현실을 감각했던 경험을 상기하며, 작가는 현실의 풍경이 디지털 이미지에 의해 간섭받고 재조합이 되는 풍경을 구현했다. 이 시기 작가가 그려낸 장면은 풍경 위에 컴퓨터 창들이 레이어처럼 덧쌓이거나 얼굴을 픽셀 단위로 해체하는 등, 본연의 현실이 이미지로 가려지고 새롭게 조립된 풍경화를 펼쳐냈다. 그 이후 세계에 다루고자 한 이번 전시는 다가오는 전 지구적 위기와 그 속에 존재성을 확충하는 존재들을 화폭 안에 담는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하는 '이모지휴먼'(2024)과 '홀리 휴먼'(2024) 시리즈는 개인의 정체성이 복합적인 출처들에 따라 재구축된 모습들을 보여준다. 얼굴을 대체하는 이모지(emoji), 디지털 잔상처럼 몸의 일부가 납작해진 표현 등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유머를 자아내면서도 한편으로 기괴한 인상을 조성하고 있다.

홀리 휴먼Holy Human, 2024, oil on canvas 227.3 × 181.8cm [사진제공 = 갤러리에스피]

홀리 휴먼Holy Human, 2024, oil on canvas 227.3 × 181.8cm [사진제공 = 갤러리에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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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얼굴을 감추며 다른 이와 어우러지고 자연 속을 누비는 존재들은 표면상 낭만과 평온함을 누리는 듯 비치나, 이를 구성하고 둘러싼 레이어들은 서로가 분절되고 간섭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관객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환영과 유쾌한 연출과 반대로, 캔버스의 화면에 편재하고 있는 글리치(Glitch)는 그 이면에 감추어진 불안정함과 위기를 암시한다.


이 밖에도 '세계의 봄은 우리의 분해로부터 다시 온다'(2024)와 '이제 마지막으로 친애하는 당신에게'(2024) 등, 동시대인이 마주하고 있는 세기말 위기를 고찰한 풍경화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 갤러리에스피.

이현정-Claire de Moon 2024 V2 [사진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현정-Claire de Moon 2024 V2 [사진제공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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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개인전 '빛의 추상-Abstraction of Light' =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이현정 개인전 '빛의 추상-Abstraction of Light'를 KCDF갤러리 전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한옥에서 받는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탐구한 공예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작가는 전통 한옥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만드는 공간의 유동성과 조형미에 주목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작가에게 한옥의 창은 공간의 가변성을 만드는 요소로, 무형과 유형의 공간을 형성하고 공존과 소통을 의미한다.


전통 한옥 창의 개방과 중첩이 공간의 형태와 쓰임을 확장케 하고, 자연의 유입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가구에도 이를 적용해 보고자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빛이 창을 통해 공간에 유입되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분위기와 표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공간을 기획한 점이 돋보인다. 전시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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