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씨가 2020년 출간한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영문판 제목 Mater 2-10)'의 부커상 수상이 불발됐다.
부커상 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열린 부커상 시상식에서 독일 소설가 예니 에르펜베크가 2021년 발표한 '카이로스(Kairos)'를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했다.
철도원 삼대는 카이로스를 비롯해 ▲셀바 알마다(아르헨티나)의 '강이 아닌(Not a River)' ▲ 옌테 포스트후마(네덜란드)의 '내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What I'd rather not think about)' ▲이아 겐베르크(스웨덴)의 '디테일들(The Details)' ▲이타마 비에이라 주니어(브라질)의 '구부러진 쟁기(Crooked Plow)'와 함께 최종 후보작에 선정됐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부커상 위원회는 지난해 5월 이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번역 출간된 소설 149편을 심사해 올해 3월 1차 후보작 13편, 4월에 최종 후보작 6편을 발표했다.
수상작 '카이로스'는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 붕괴라는 유럽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에르펜베크는 1967년 동독의 동베를린 태생으로, 오페라 감독과 극작가, 소설가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이다.
1901년 제정된 노벨 문학상, 1903년 제정된 공쿠르상에 비해 역사는 짧다. 영국의 식재료 유통업체 부커그룹이 출판과 독서 증진을 위한 독립기금인 북 트러스트의 후원을 받아 1969년 제정했다.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체를 평가하는 노벨문학상과 달리 부커상은 작가보다 작품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소설가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처음 이 상을 받았다. 당시 아시아권 최초 수상이기도 했다.
한강이 수상을 했을 때는 금융투자회사 맨그룹이 후원해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맨그룹은 2002년부터 2019년까지 부커상을 후원했다.
한강은 2018년 '흰'으로 다시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이어 2022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 지난해 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가 잇따라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이 불발됐다. 황석영씨도 2019년 '해질 무렵(At Dark)'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당시에는 1차 후보작에 선정됐고 최종 후보작에는 오르지 못했다.
부커상은 매년 본상과 인터내셔널 부문을 나눠 시상한다. 2004년까지 영국, 아일랜드 등 영국 연방국가 내에서 영어로 쓴 영미 소설에 한해 수상작을 선정하다 2005년부터 비(非)영연방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내셔널 부문을 신설해 본상과 구분해 시상했다. 인터내셔널 부문의 경우 초기에는 격년제로 시상했으나 한강이 수상한 2016년부터 매년 시상하는 형식으로 바꿨다.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르려면 비영어권 지역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판돼야 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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