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中 수십조 보조금 속도전
韓은 보조금 없고 대응 너무 늦어
총선공약도 재원 마련 계획 없어
반도체가 글로벌 핵심 전략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국가 간 공급망 확보 경쟁이 뜨겁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들은 관련 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 육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보조금 등 약 70조원을 지원하고, 일본은 18조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비 50%를 제공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미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약 11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했으며, 일본 역시 TSMC 공장 두 곳에 10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중국도 미국이 반도체 제조장치 등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맞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생산 비율을 높이기 위해 886조원의 기금을 마련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정부와 민간기업이 약 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EU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예외로 뒀다.
글로벌 반도체 속도전이 발발했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답답하기만 하다. 보조금은 아예 없고, 올해 말로 일몰이 끝나는 투자세액공제(최대 25%)가 전부다. 최근 정부가 보조금 지급 방안을 신중히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정부는 즉각적으로 "첨단전략산업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데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22대 총선을 일주일 앞둔 정치권은 수원, 용인, 이천 등 경기 남부지역을 ‘반도체 벨트’라 명명하고, 전방위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을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국가첨단전략산업법(반도체특별법) 지원을 강화하고, 반도체 개발 및 투자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조금 지원도 약속했다. 그간 세액공제 등 간접 지원에 그쳤던 정책을 대폭 수정해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경기 남부 및 동부 지역을 반도체 메가시티로 조성하는 내용의 반도체 공약을 내놨다. 핵심은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으로, 시스템반도체와 첨단패키징 지원을 확대하고 판교 K-팹리스 밸리 조성 등 팹리스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기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도 공약했다. 서해·남해·동해안을 잇는 U자형 재생에너지 벨트를 조성해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용수 등 인프라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 모두 세부 공약에 체계적인 재원 마련 계획은 담지 않지 않아,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주축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핵심 산업이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적기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경쟁국들과 동등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은 약속한 반도체 지원책을 공약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총선에서 과시하듯 형식적인 약속이 돼선 안 된다. K-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모든 영역에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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