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명예보다 가치있는 일을 좇아
즐겁고 행복한 삶의 틈새 찾아야

정지우 변호사 겸 문화평론가

정지우 변호사 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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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되어 승승장구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이반 일리치는 어느 날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심한 내상을 입게 된다. 당시 의학으로 치유할 수 없었던 상처 때문에 그는 불치병에 걸린 것처럼 죽어간다.

그렇게 죽음에 이르러갔을 때 그가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건 ‘카드놀이’였다. 어릴 적부터 성적이 우수한 엘리트로 상승하며 살아왔지만 죽음 앞에서 그는 그 모든 게 의미 없다고 느끼며 카드놀이 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고전이 된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의 이야기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마치 기계처럼 따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성공, 돈, 명예 이런 것들을 자연스레 좇게 되고, 그 끝에 행복이 있다고 의심의 여지 없이 믿기도 한다. 그러나 이반 일리치가 행복이라 믿은 순간은 그렇게 좇아서 도달한 ‘도착지’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만난, 그 틈새에서 만난, 친구들과 카드놀이 하며 밤새 웃고 몰입하던 시간이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나는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구나’ 싶은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구나.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 시간을 더 이어갈 수만 있다면 만족한다’는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그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사랑하고 몰입하는, 행복으로 채워진 그런 시간이 있을 수 있다. 이반 일리치에게 그런 순간은 판사가 되었을 때도, 승진했을 때도, 큰 집으로 이사했을 때도 아니었다.


요즘 나는 변호사 개업 이후 여러 일을 좇으면서 자주 생각한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내가 진심으로 즐거워할 수 있는 일, 내가 진심으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변호사 일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젊은 날의 모든 시간과 마음과 노력을 오로지 하나의 사회적 일에 성공하는 데만 쓰는 건 어딘지 잘못 사는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돈도 잘 벌고 생활도 안정되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 못지않게, 오히려 그보다 삶을 즐기고 사랑하고 싶다. 내가 즐겁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있는 틈새들을 내 삶에 잔뜩 만들어두고 싶다. 내 삶이 착실히 쌓아 올린 벽돌로 구성되어 있되, 그중 3분의 1쯤은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구멍 난 틈새들이었으면 싶다.

그런 틈새들이 막히지 않도록 지킨다는 마음으로, 나는 주말이면 아이 손을 잡고 공원으로 달려 나간다. 아이와 함께 숨이 차오를 때까지 뛰고, 놀이를 만들고, 바위 뒤에 숨고, 벌레를 잡는다. 또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어 글을 쓰기도 하고, 유튜브를 찍어보기도 한다. 나에게는 죽기 전에 생각날 ‘카드놀이’가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내 삶에 바로 그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좋은 삶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은 성공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근래 나는 무엇보다도 ‘진짜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무살에 운전면허를 딴 것도, 이십대에 책을 쌓아 놓고 읽은 것도,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세상을 구경한 것도, 삼십대가 되어 수험생활을 이겨낸 것도, 그 모든 게 오늘의 좋은 삶을 위한 준비였다. 나는 이제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여기 오늘의 이 삶에 베팅한다. 이제 ‘나는 오늘을 위해 태어났구나’ 하는 바로 그 삶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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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변호사 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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