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비즈니스와 관계된 분들을 주로 많이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일부러 만나지 않은 유형의 사람들도 있다. 나는 평생 정치권에 줄을 서는 것이나 줄을 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 이유로 설혹 동문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도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나는 그를 잊고 멀리했다.
나는 기업가로 살아왔고 철저히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더라도 두려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기업활동은 경쟁 그 자체다. 나는 악한 경쟁이 아닌 선한 경쟁을 하고 싶다. 악의적인 사고와 행동이 아닌 선한 사고와 행동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기업이 정치와 역이면 결탁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선한 경쟁을 잃는다. 나는 선한 경쟁을 잃는 것이 두렵다. 아니, 그보다는 결탁이 더 두렵다. 사람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공존할 수 있다. 사는 방법과 목적이 다른 인연과 섞이고 결탁하면 인연은 악연이 될 수 있다. 나는 37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연대보증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반대로 그런 부탁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내가 잘못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싫었고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인연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계속된다. 너무 가까워지면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보인다. 혹은 반대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전자든 후자든 서로의 장단점을 함께 정확히 보지 못하게 되면 공존의 원칙이 무너진다. 공존하지 못하면 결국 인연이 끝나거나 악연이 된다.
-김웅기, <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 쌤앤파커스, 1만9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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