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 안전기준에 '접지 회로부 일체' 명시
1만번 회전 테스트에도 규제샌드박스 거절
옴부즈만 건의에도 수용불가 회신

"정부가 밀어준 기술인데, 막상 사업화를 하려니 정부에 가로막혀 버렸어요. 한국에선 답을 못 찾을 것 같아 해외로 나가보려 합니다."


최정호 무이 대표가 개발한 국내 최초로 회전용 소켓 기술이 적용된 콘센트. 무이

최정호 무이 대표가 개발한 국내 최초로 회전용 소켓 기술이 적용된 콘센트. 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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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내 최초로 회전용 소켓 기술이 적용된 멀티탭을 개발한 최정호 무이 대표는 19일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소켓을 돌려 플러그를 꽂을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등을 통해 약 3억원의 정부 보조금도 받았다.

정부도 가능성을 인정했던 이 제품은 이후로 5년 넘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행 전기안전관리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콘센트를 제조·판매하기 위해선 한국시험인증원(KC)의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현행 인증기준이 '고정형 소켓'을 전제로 설계돼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까지 신청했으나, 국가기술표준원은 '장기 사용 시 노화 및 부식에 의해 화재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불수용 처리했다. 규제를 돌파하려 소켓을 1만회 이상 회전시켜도 정상 작동한다는 시험 결과까지 제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그는 "현행 안전기준으로는 제품 출시가 불가능하니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인데, 결국 기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려됐다"며 "장기간 사용에 따른 화재 위험성은 일반 멀티탭 역시 동일한데도 새로운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개발비로만 2억원이 들어갔고, 안전 인증을 받기 위해 4년 가까운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판매조차 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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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옴부즈만도 최근 해당 사안을 접수 받아 산업통상부에 규제 개선을 건의했지만 되돌아온 건 또 한 번의 '수용 곤란' 의견이었다. 전기용품 안전기준이 국제협약에 따라 국제표준(IEC)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현행 기준과 다른 구조를 허용할 경우 화재 사고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국내 규제가 과도하게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등은 접지 회로부의 구조와 형태를 국내처럼 '일체형'으로 제한하지 않고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충족하면 다양한 설계를 허용하고 있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해외 유통망에서는 회전형 콘센트 제품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최 대표는 "정부는 제품을 국제 기준에 맞춰 보완한 뒤 실증특례를 다시 신청해보라는 입장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해외 특허 등록과 유럽 인증 취득을 준비 중이다.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버티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중소기업 옴부즈만 조사에 따르면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45.2%였다. 이 가운데 62.4%의 기업이 '규제 수준에 맞추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변형했다'고 답했고 '규제 해결을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은 37.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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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옴부즈만 측은 "실증특례 불수용 결정 과정에서 기업들이 명확한 사유와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기술 기업들이 낡은 규제에 가로막혀 시장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계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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