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만나는 법]안준형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마약 투약은 사적인 영역인데 그 내용이 너무 쉽게 알려져요. 보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해요. 대중도 치료의 대상인 마약 사범을 사회 전체가 매도해도 되는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안준형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사진출처=법률신문]

안준형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사진출처=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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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인터뷰이의 첫인상은 스포츠 TV채널의 진행자나 아나운서가 연상될 만큼 어떤 전형적인 단정함을 품고 있었다. 짧게 정리한 헤어컷과 말끔한 수트 차림의 조화로움이 당장 방송 스튜디오에 세워도 부족함이 없을 듯싶었다. 말 또한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조리를 갖고 있었고 비유는 풍요로웠다.

안준형(39·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2023년 11월,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라는 자못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 마약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오롯하게 밝히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책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책이 나오고 얼마 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유명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난다. 놀라운 건 안 변호사의 책이 언론과 수사기관의 관행과 마약 사건 피의자의 고통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 이렇게 쓰고 있다.


“마약 사건은 시작부터 편견과 억측, 비난이 함께한다. 한국에서 마약 사건은 늘 뜨거운 이슈다. 유명인의 마약 투약 사건은 늘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이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수사 담당자는 고속 승진한다. 이제는 그 대상이 일반인들까지 확대됐다. 수사기관이 공을 다투는 동안 무죄추정의 원칙은 유명무실해지고, 없는 일조차 부풀려져 자극적인 기사로 와전된다. 언론이 만든 이미지로 마약 사범은 대중에게 ‘상종 못할 사람’으로 비난받는다.”

워낙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기에, 안준형 변호사에게 유명배우의 비극적 선택을 접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을 물었다.


“이선균 씨 사건이 터졌을 때 다들 많이 놀랐고 언론 행태에 대해서 여러 얘기들이 나왔지만 저는 새로울 게 전혀 없었고 원래 그래오던 것이 또 시작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대한 수사는 늘 그래왔거든요. 늘 기자들 불러서 조사 때 망신을 주고 시시각각 수사 내용을 보도하고 이번에도 역시 저러는구나 싶었죠. 그리고 비극적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니까 이제야 관심을 갖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에게서 내가 받은 인상은, 비상한 재기와 함께 의심을 수반할 줄 아는 번뜩이는 인문적 감수성 같은 것이었는데 그 기원이 궁금했고 그래서 성장과정을 물었다.


“성남에서 태어나서 자랐어요. 그때만 해도 되게 가난한 동네였죠. 그때 친구들 만나서 이야길 나누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자란 친구들과는 다른 경험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번듯한 집에 사는 친구들이 드물었어요. 친구 집에 가보면 화장실이 집 밖에 있다거나 연탄을 때는 집들도 많았구요. 저는 그닥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인간의 삶의 다양성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친구들도 진학을 하는 대신 그때 이미 범죄나 유흥가 쪽으로 빠지는 애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사회적 약자나 취약 계층이 저에겐 남의 얘기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아요.”


뜻밖에도 안 변호사는 초등학교 때 ADHD가 심했다고 한다. 6년 내내 통지표 내용이 똑같았다는 것이다. ‘주의가 산만하고 정리정돈이 안 되는 학생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공부머리’는 있었다고. 그런 그가 목회자가 되고 싶어 연대 신학과에 진학했다는 얘길 들려주었을 때 자연스레 그에 대한 인터뷰어로서의 몰입도가 올라갔다. 로스쿨도 어쩌다가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4남매끼리 부대끼며 자랐는데, 막내인 저는 그때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매사 호기심이 많았어요. 결국 목회를 하고 싶어 신학과를 갔는데 신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인문학적인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신학 공부를 해보니까 제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렇게 성숙한 사람도 아니고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도 제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래서 졸업하고 잠시 방송국 PD로 일하다가 곧 그만두고 방황을 좀 했는데, 우연히 친구를 따라 예전에 신청해 두었던 로스쿨 시험을 보게 되었어요.”


그는 로스쿨에 들어간 것이 당시엔 인생의 실패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것은 인문학을 베이스로 삼는 일이었는데, 한 번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법 공부를 하게 되었고 아무 생각 없이 법조의 길을 걷게 된 자신에 대해 심한 회의가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로스쿨에서 첫 1년 동안 심각한 부적응자였다고 했다.


“통합을 지향하는 대학에서는 문학, 사학, 철학 등 4년 내내 교수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수업을 듣다가 로스쿨에 들어가 보니 세 시간 동안 교수님에게 아무도 질문을 안 하더라구요. 주입식 수업을 듣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시험도 자기 생각을 적는 시험을 보다가 정답이 있는 시험을 보려니까 적응이 안 되었구요.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까지 들었어요. 다들 쟤는 자퇴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사람 일은 모른다고 했던가. 그랬던 그가 지금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마약 전문 변호사가 되어 있다. 안준형 변호사는 10년차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마약 투약 사건 의뢰인과 가족, 수사기관과 언론의 반응을 접해왔다. 그가 생각하는 마약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맹점은 무엇일까.


“마약 투약은 단정치 못한 내밀한 사생활과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마약을 하고 책을 읽거나 교회를 가지는 않을 거란 말이죠. 향락과 연결되는 게 보통이에요. 이렇듯이 마약 투약 이후의 행위들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인데 그 내용이 너무 쉽게 대중에게 알려져요. 언론에서 개인의 민감한 사생활이라는 걸 섬세하게 인지하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언론의 양심을 걸고 수사기관에서 흘러나온 내용을 보도하는 것도 자제해야 해요. 대중도 치료의 대상인 마약 사범을 사회 전체가 매도해도 되는지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의 대중은 법적 기준이나 사회적 관습만으로 마약 사범을 너무나 쉽게 단죄해요. 법이 금지한 행위를 했으니 비난받아 마땅한 범법자다, 이 정도로만 보는 거죠. 이선균 씨 경우에도 그가 왜 마약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언론이나 수사기관에서 그를 대하는 태도가 옳은 것인지 개인적 기준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법과 사회가 정해준 기준만 가지고 재단하는 거예요. 법이 지금보다 조금 느슨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책에서도 마약 투약자들에겐 처벌보다 치료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그런데 그럴 경우, 마약 투약의 위법성에 대한 경고 효과 및 재발 방지의 효율성이 줄어들 거라면서 우려하는 시선이 여전히 강고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한 안 변호사의 생각을 물었다.


“결국 처벌은 마약 시장에서 수요자를 억제하는 건데, 지금 마약 투약자의 재범률이 너무 높아요. 중독은 질병인데, 질병을 치료하는 전문가는 의사이지 검사나 경찰이나 교도관이 아니거든요. 처벌과 치료가 마약 사범을 다루는 두 축이긴 한데, 지금은 치료의 축이 상당히 미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독이란 단어는 의학적으로 분명히 질병 코드예요. 이제는 우울증도 개인의 나약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질병으로 간주하잖아요. 마약 중독자는 치료의 대상인데, 국가가 처벌도 해야 하는, 그래서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마약 투약 사건의 특별한 점이에요. 그래도 중독은 질병이라는 관점에서 마약 투약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약 사범들을 일반 사범들과 달리 소위 ‘뽕방’에 분리해서 수감하는 것도 문제예요. 그 방에 들어가면 수감 기간 동안 마약 얘기만 듣다가 나오거든요.”


안 변호사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마약 투약 사건의 실례와 함께 그 사건이 남긴 인사이트를 들려달라고 했다.


“한 의뢰인이 있었어요, 누가 봐도 잘 자랐고 사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인물과 성품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필로폰 중독이었어요. 그런데 헌신적인 부모님과 제가 약을 끊게 하려고 참 많은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재판도 잘 되어서 집행유예로 마무리됐어요. 그는 부모님과 매일 산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서 약을 다 끊고 나서 저를 찾아왔어요. 그런데 저를 보고 나서 한 달도 안 돼 자살을 한 거예요. 그때 충격을 받았고 고민도 많았어요. 주변에서 약을 끊게 하고 처벌을 안 받게 하는 것에 몰두하는 동안 이 사람은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구나, 약을 끊고 나서도 행복하지 않았구나, 정말 약을 끊는다는 게 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과연 우리가 이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이런 생각요. 그 사건 이후로는 왜 마약을 하느냐, 왜 못 끊었느냐, 이런 얘길 쉽게 안 하게 됐어요.”


개인적으로 법조인과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고비용으로 길러낸 고급 자원이고, 공동체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지식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에게 지식인으로 공익적인 책무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었을 때 그가 내놓은 답은 이랬다.


“네,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저도 공익에 관심이 많아서 인턴도 공익법률사무소에서만 했어요. 그런데 로스쿨 나오니까 이게 생존의 문제더라구요. 일단 제가 성장을 해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개업한 지 3-4년 됐는데, 사무실도 안정적인 운영도 하고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죠. 그런데 공익에 대한 관심도 포기할 수 없어서 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 활동이나 노숙인 배식 봉사 활동도 했고, 아동권리보장원이라고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 그러니까 고아들을 관리하는 기관인데 거기 자문위원도 하고 있어요. 작년까지는 변협에서 인권이사로 일했고, 희망을만드는법 공익변호사 모임에 기부도 하고 있어요. 여성들을 위한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구요.”


그가 하는 말의 모든 마디에서, 자신이 하는 일, 그러니까 직분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로스쿨에서 심각하게 부적응의 시간을 겪었던 전력이 무색하리 만큼 현재 자신의 직업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만족도가 10점 만점이라면 11점을 주고 싶어요. 변호사는 자문, 사내, 공무원으로도 일할 수 있는데, 저는 송무, 특히 형사를 맡았어요. 저와 잘 맞더라구요. 법 공부는 닫혀 있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은 매우 열려 있는 직업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만나는 게 정말 재미있었어요. 의뢰인과 상담하고 구치소에서 면회하고 법정에서 판사 검사와 다투는 과정이 저와 잘 맞았다고 할까요. 지난 10년 동안 이 직업이 힘들다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내가 왜 이 직업을 택했을까라는 말을 농담이라도 한 번도 해본 적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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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변호사는 여가 시간에 산을 오르고 미술사와 작가를 공부한다고 했다. 그것 역시 인문적 감수성의 발로로 보였다. 아울러 공직이나 정치권의 영입 제안 같은 유혹(?)이 있어도 흔들림 없이 현재의 직분을 유지할 거라고 했다. 그가 애초에 걸으려고 했던 신학의 길은 어찌 보면 인간이 절대적 실존과 한계를 자각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자리를 찾는 것이 요체인지도 모른다. 원죄와 구원이라는 인본적 과제를 끝없이 성찰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볼 때 안준형 변호사는 신학이라는 과목을 조금도 낭비하지 않고 자기 길을 잘 찾은 셈이다.

안준형 변호사는 연세대와 중앙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2014년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10년 전 마약 사건을 처음 맡은 후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마약 전문 변호사가 됐다. 지금은 1년에 약 100건의 마약 사건을 처리한다.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이며,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자문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도언(시인·소설가)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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