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시험대’…‘2023 골프계 10대 뉴스’
골프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비정상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골프장, 골프용품, 투어 등 전 부문에서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효과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골퍼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용품사와 어패럴도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서서히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기인 내년엔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아시아경제가 선정한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골프계의 10대 뉴스다.
◆화려한 컴백=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돌아왔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기권한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3일 바하마 뉴프로비던스의 올버니 골프 코스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특급 이벤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건재를 과시했다. 나흘 동안 안정된 경기력을 자랑했다. 72홀을 걸어서 대회를 마쳤다. 가끔 절뚝거리는 장면이 보였지만 예전보다 한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우즈의 장타력은 여전했다. 평균 304.90야드, 최대 370야드의 파워를 과시했다. 페어웨이 안착률도 65.38%를 기록했다. 우즈가 복귀하자 시청률도 치솟았다. 우즈가 불참한 지난해 히어로 월드 챌린지와 비교해 무려 53%나 치솟았다. 통산 72승을 쌓은 우즈는 내년엔 매월 등판할 계획이다. 그는 “그동안 녹슬어 있던 것들을 제거했다. 다음 대회를 기약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아, 옛날이여= 태극낭자들이 경쟁국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4명이 5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고진영(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이 유일하게 2승을 거뒀다. 김효주(어센던트 LPGA 베네피팅 VOA)와 유해란(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양희영(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은 1승씩이다.
한국은 2019년 15승을 달성한 이후 뚜렷한 하락세다. 2020년과 2021년 7승씩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지난해 4승에 이어 올해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한때 세계랭킹 ‘톱 10’에 7명까지 이름을 올린 적도 있지만 이젠 6위 고진영, 7위 김효주 등 2명뿐이다. 내년엔 이소미, 성유진, 임진희 등이 시드전을 통해 합류한다. 올해 신인상을 받은 유해란은 “우리의 실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졌다”고 진단했다.
◆‘골프여제’의 도전= 박인비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인비는 4대 메이저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커리어 골든슬래머’다. 배구 김연경, 사격 진종오, 태권도 이대훈, 배드민턴 김소영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IOC 선수 위원 한국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은 IOC 선수 위원을 2명 배출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과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대한탁구협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인비는 내년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서 IOC 선수 위원을 노린다. 참가 선수들의 직접 투표로 결정된다. 상위 4명 안에 들어야 IOC 선수 위원이 될 수 있다. 박인비는 “새로운 도전에 설렌다”고 했다.
◆비거리 제한=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비거리 제한을 확정했다. 비거리 때문에 골프의 본질이 훼손되고, 골프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엘리트 골프 선수뿐 아니라 일반 아마추어 골퍼한테도 비거리 관련 개정안이 적용된다. 2028년부터 엘리트 골프 선수한테, 2030년부터 아마추어 골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골프공 반발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속 125마일(약 201.2㎞)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골프공의 성능을 제한한다. 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거리는 약 15야드가량 줄어든다. 아마추어 골퍼는 약 5야드의 비거리 손실을 보게 된다. 장타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많은 선수와 용품사는 반발하고 있다.
◆인생역전= 국내 남녀 투어에선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이예원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접수했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오른 뒤 올해는 메이저 1승 포함해 3승을 쓸어 담으며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상금(14억2482만원)과 대상(651점), 평균타수(70.71타) 등에서 1위다. 이예원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시즌”이라면서 “내년엔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함정우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1승을 포함해 11차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대상 1위(6062점), 상금은 3위(6억3252만원)다. 생애 첫 제네시스 대상을 받았다. 덤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 최종전 직행, DP월드투어 1년 시드를 얻었다. 함정우는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된 시즌이었다”며 “2024년에는 해외 무대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AG 금메달= 한국 남자 골프가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다.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성재와 김시우, 조우영, 장유빈은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서호 국제 골프코스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우승(76언더파 788타)을 합작했다. 2위 태국을 무려 25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린 압승이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에 아시안게임 골프 남자 단체전을 접수했다.
한국은 당시 세계랭킹 27위 임성재와 40위 김시우를 ‘원투 펀치’로 내세웠다. 임성재는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김시우 4위, 장유빈 5위, 조우영은 공동 6위 등 출전 선수 모두가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유현조, 임지유, 김민솔 등 아마추어 선수만 출격한 한국 여자는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은 동메달(유현조)이다.
◆라이징 스타= 김주형이 PGA투어에서 ‘흥행카드’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1년 만에 시즌 2승째이자 통산 3승째, 우승 상금은 151만2000달러(약 20억원)다. 이경훈(AT&T 바이런 넬슨)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2연패다.
김주형은 이 대회 우승으로 2년간 PGA투어 시드와 ‘왕중왕전’ 센트리,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명인열전’ 마스터스,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등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는 이번 시즌 1승을 포함해 9차례 ‘톱 10’에 진입해 상금 777만4918달러(약 103억원), 페덱스컵 랭킹 20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11위다. 김주형은 “다음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 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골프장 체제 변경= 치솟는 그린피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기존 회원제와 대중제의 이분체제를 회원제, 비회원제, 대중형 골프장의 삼분체제로 개편했다. 현행 비회원제 골프장에 주고 있는 세제 감면 혜택을 꼼꼼하게 살피겠다는 의미다. 비회원제 골프장이 지금처럼 재산세·개별소비세 감면을 받으려면 정부가 정한 상한선 이하로 그린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비회원제 골프장 375개소 중 이용료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344개소(92%)를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했다. 평균 코스 이용요금을 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보다 낮게 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물음표다. 그린피 상한선을 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평균 코스 요금을 적용해 얼마든지 인기 있는 시간대의 경우 비싸게 책정한다는 지적이다.
◆전격합병=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다. 지난해부터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던 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LIV 골프가 8월 합병을 발표했다.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는 LIV 골프와 합치고 PIF와 합작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LIV 골프로 이적한 선수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리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지난해 출범한 LIV 골프는 사우디의 인권 문제를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모나한 커미셔너를 비롯한 PGA투어 수뇌부의 소통 부재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특히 합병에 이르게 된 과정뿐 아니라 앞으로 투어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미래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데 불안감마저 나타냈다. 매킬로이, 콜린 모리카와(미국) 등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단체의 합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엔 LIV 골프에 반감을 보였던 세계랭킹 3위 욘 람(스페인)이 이적했다.
◆신소재와 AI=용품업계는 치열한 신소재 전쟁을 벌였다. 테일러메이드는 카본 페이스로 시장을 흔들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카본을 사용해 비거리와 관용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카본 크라운, 카본 강화 컴포지트 링, 카본 솔, 60레이어 카본 트위스트 페이스에 카본을 썼다. 타이틀리스트는 메탈 라인에 집중했다. 초경량 설계와 향상된 공기역학, 전략적으로 배치된 무게중심으로 최고의 스피드, 비거리, 최적의 높은 론치각을 제공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월 150만원 견디느니, 美 가서 5억 벌죠" 서울대...
골프에서도 AI가 영역을 넓혔다. AI 기술이 적용된 드라이버에 이어 올해는 사상 최초로 AI 퍼터까지 나왔다. 캘러웨이는 필드 페이스의 Ai-원 밀드와 우레탄 인서트의 Ai-원 2개 라인을 선보였다. 볼 스피드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된 제품이다. 중심에서 약 1cm 벗어난 퍼팅이 이뤄줘도 볼 스피드를 약 5%만 감소시킨다는 설명이다. 퍼팅이 빗맞아도 일관된 볼 스피드를 구현해 홀 가까이 붙일 수 있게 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