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BIS 사무총장 "韓 주택가격 낮춰야…가계부채 모니터링 필요"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 기자간담회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한국의 높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주택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BIS는 분기마다 주요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을 발표하는데, 한국은 올해 2분기 기준 가계부채 비율이 101.7%로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는 "지방 정부나 프로젝트 디벨로퍼, 은행들이 모두 같이 공조해서 주택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금융 취약성, 높은 금융 부채 비율과 관련해 거시건전성 정책 사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한국의 중립금리에 대해선 하향 추세라고 설명했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와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6일 한국은행-세계은행(WB) 서울 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화상 대담에서 중립금리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당시 이 총재는 한국의 중립금리가 고령화 등으로 인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서머스 교수는 미국 등 글로벌 흐름을 따라 올라갈 것이란 반대 의견을 냈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두 분 다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 총재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학적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를 하향 조정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선 "내년은 이르다"고 내다봤다. 다만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한은은 미국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래는 카르스텐스 사무총장과의 일문일답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현재의 고금리 국면이 언제까지 갈 거라고 예상하나. 또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올렸는데 그로 인한 글로벌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리스크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단정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거의 끝낸 상황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금리)의 파급 효과가 차환 비용에 어떻게 전가 되는지를 보는 것이다. 단기외채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의 비율이 높은 국가는 이런 파급효과가 빨리 붙어서 충격이 크겠지만, 단기외채 비율이 낮고 고정금리의 비율이 높은 경우에는 파급 효과가 조금 더 느리게 나타날 것이다.
많은 국가는 고금리의 더 높은 비용의 영향을 느끼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비용이 더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많은 분이 이렇게 대출 비용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국에는 금융안정과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우려한다. 다행히 많은 국가에서 이런 충격이 생각보다는 완만했다. 현재 물가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국가가 연착륙을 달성하고 있다. 그래서 금융 불안이 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아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금리인상을 거의 끝냈다고 말했는데, 내년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언젠가는 하겠지만 당장 내년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금리를 인하하긴 했지만, 다른 국가들보다 인상을 빨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가가 충분히 안정화됐다고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 통화정책은 시차가 있기 때문에 물가와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중앙은행들이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한국 통화정책은 미국에 독립적이지 않다고 보는 게 현실인 것 같다. 미국이 상당 기간 고금리를 이어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긴축 종료 시그널이 보이면 한국이 국내 경기 사정을 고려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가 미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신뢰할 만한 정책을 쓰고 있고, 한은 또한 자율성을 보장받는 기관이다. 충분히 정책 외부 상황이나 미국의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정부 재정 지출이 크게 늘었다. 앞으로도 지정학적 리스크나 고령화 때문에 복지, 국방 등 재정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각국의 과도한 재정 지출이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공급 충격과 총수요에 대한 진작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총수요 진작은 재정 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 재정 부양 정책을 지난 10년간 각국 정부 등에서 써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확장됐다. 지금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재정 부양 정도가 크다. 2년 전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이후 많은 국가에서 통화정책을 긴축했다. 재정정책은 완화되고, 통화정책은 긴축하는 상황이 서로 반대로 작용해서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좀 더 공조해 같은 방향으로 간다면 물가와 금리를 낮추는 데 더 효율적이다.
지난 10년간 많은 국가에서 재정정책을 너무 확장적으로 운용했고, 이로 인해서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고금리가 지속된다면 부채 상환 부담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고,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슈가 불거질 거다. 경제적 성장과 금융 안정을 위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안정 영역(region of stability)'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확장적인 재정, 통화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 그래서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구조개혁을 통해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계속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반면, 한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에 집중하고 있다. '안정 영역' 측면에서 봤을 때 미국과 한국의 경우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미국은 특별한 케이스다. 재정 지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다. 미국의 재정이 늘어난다고 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논할 것은 아니다. 물론 몇몇 신용평가사들이 우려를 표하겠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재정 확대가 물가 안정을 조금 더 어렵게 하기 때문에 재정의 긴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모두 적절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수용할만한 수준이고 한국이야말로 '안정 영역' 안에 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려 고금리가 지속되는 기간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 위기가 반복됐다. 이번에도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이나 대외부채 확대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나.?
▲과거에는 많은 신흥국이 외부 금리 변화에 아주 취약한 거시경제의 불균형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을 갖게 됐고 많은 취약성을 해결했다. 변동금리제를 채택하고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물가 목표제를 실시하고 재정 정책도 건전하다. 또 금융시스템에 대한 감독과 규제가 잘 이뤄지고 있고 외환보유액 확충도 되고 있다. 시장에서 신흥국에 대한 신뢰가 상승하면서 투자도 늘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위기가 특별히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경제보좌관 겸 조사국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창용 총재는 한국은 고령화·저출산 때문에 중립금리가 낮아지는 추세라고 했는데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의 중립금리는 오르고 있고 한국도 글로벌과 동조하며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화상 대담) 어떻게 생각하나.
▲두 분 다 하버드대 출신 경제학자이기 때문에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창용 총재 의견에 동의한다. 인구학적 변화를 포함한 장기적인 요인이 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를 하향 조정했을 수 있다는 증거가 실제로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불확실성의 수준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한국의 가계 부채가 이슈다. 어떻게 관리하는 게 바람직할까.?
▲복잡한 문제다. 한국의 주택 개발, 좁은 국토 면적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구조적 이슈에 있어서 지방 정부나 프로젝트 디벨로퍼, 은행들이 모두 같이 공조해서 주택 가격을 낮춰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가 100%가 넘는 상황인데, 이것은 모니터링이 계속 필요한 문제다. 금융당국이 이런 상황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더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 취약성, 높은 금융 부채 비율과 관련해 거시건전성 정책 사용이 필요하다.?
-내년에 대외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는 국가가 있다고 보나. 그리고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
▲몇몇 개발도상국은 거시경제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지 않고 부채 규모가 커 고금리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주요 20개국(G20)에서도 논의되고 있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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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조사국장) 금융 여건이라는 것은 대외 글로벌 상황에 좌우되기 때문에 단순히 거시경제 정책만 해서는 안 되고 보충적으로 다른 구조적인 정책을 통해 치유하려는 그런 철학이 있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는 금융 안정을 위해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중에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도 있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GDP 대비 너무 높으면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금융안정뿐만 아니라 경제 부양을 위해서도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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