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위 상실(비행착각·Spatial Disorientation)'은 조종사가 비행 상태를 확인할 기준점으로 삼을 외부 표식을 볼 수 없어 순간적으로 기체의 자세, 속도, 비행 방향, 고도, 상승·하강 등을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달이 뜨지 않은 밤이나 짙은 구름 속에서 어떤 외부 물체도 볼 수 없을 때 발생하는데, 조종사가 순간적으로 방향이나 위치 등을 착각해 엉뚱한 곳으로 비행하면서 사고로 이어진다.
2019년 10월 31일 오후 11시 25분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독도 헬기장에서 이륙한 뒤 추락해 7명이 숨진 소방 헬기 추락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공간정위 상실'에서 비롯됐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7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프랑스 사고조사 당국과 합동으로 항공기 블랙박스 분석과 기체, 엔진 분해검사 등 약 4년 동안 조사를 진행한 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이륙 후 독도의 급경사면을 통과해 밝은 곳에서 매우 어두운 해상으로 접어들면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지 못해 이륙 14초 만에 헬기장 남쪽 486m 지점 바다에 추락했다.
조사위원회는 또 ▲강하 중인 기체 상태를 상승 자세로 착각 ▲각종 불빛에 의한 시각적 착각 발생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조사위원회는 ▲승무원 피로 해소 방안 마련 ▲비행착각 훈련 강화 ▲주기적 야간비행 훈련 ▲자동비행장치 훈련 등 총 9건의 안전권고를 최종조사보고서에 담았다.
이외에도 2015년 3월 13일 오후 8시 25분경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어린이 응급환자를 후송하기 위해 목포에서 출동한 해경 헬기가 가거도 인근의 짙은 안개 속에서 착륙장소로 접근하다 조종사가 공간정위 상실로 해상에 추락, 탑승자 4명이 모두 숨졌다.
이에 앞선 2011년 2월 23일에는 오후 8시 20분경 제주 서방 100㎞ 해상의 해양경찰 경비함에서 복통을 호소하는 경찰관을 싣고 이륙한 해경 헬기의 조종사가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착각해 추락, 탑승자 5명이 모두 숨진 사고도 있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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