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결혼·육아 위해 떠난다" 日 제조업도시 여성인구 유출 심화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도야마현, 조만간 인구 100만 깨질 듯
기업 투자 늘어도 인력난에 '난감'
작년 女 인구 유출 규모, 男 2배 웃돌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지역의 인구 유출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여성의 비중이 높은 사무직 일자리가 도쿄 등 대도시에 집중한 상황에서 '제조업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여성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야마현의 인구는 지난달 1일을 기점으로 100만71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일본 전역의 도도부현 43곳 가운데 37번째인 101만7000명이었으나 최근 11개월 만에 인구가 0.9%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월평균 인구 감소 폭이 약 84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년 이내에 인구 100만명 선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야마현의 인구가 100만명을 밑도는 건 1949년 이후 처음이다.

도야마현은 수력 발전으로 확보한 값싼 전력으로 대형 공장을 유치, 의약품을 포함한 화학이나 전자부품, 기계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해온 지역이다. 일본의 지역별 소득 수준을 나타내는 현민소득을 보면 도야마현은 현 주민 1인당 소득이 2020년 기준 도쿄 등에 이어 전체 도도부현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최근 도야마현에는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이 잇따르고 있다. 후지필름 도야마화학은 현지에 약 600억엔(약 5400억원), 반도체 제조장비인 코쿠사이일렉트릭은 240억엔을 투입해 신공장을 짓고 있다. 스미토모전기공업도 이 지역에 반도체 재료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야마현에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구 비중이 높다. 지난해 취업구조 기본조사에 따르면 도야마현 내 근로자 중 제조업에서 일하는 비중은 25.3%로 일본 전역 평균을 9%포인트 이상 웃돌았다고 한다. 공장 등에서 일하는 생산공정 근로자만 보면 20.8%로 전국 도도부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일본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를 결정했지만, 현지 공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8월 유효구인배율을 보면 도야마현은 1.59배로 전 도도부현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았다. 올해 최저임금도 948엔으로 이웃 지역인 이시카와현보다 15엔 웃돌았다.


이러한 인력난은 일본에서 도쿄로 인력이 대거 집중해 지방 소멸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만성적인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공장 건설은 경제에 긍정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자체에서는 기업의 신규 투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자칫 새로운 공장을 유치했다가 오히려 인력을 빼갈까 우려되는 만큼 현재 지역 내에 있는 공장이 인력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될 정도라고 한다.


도야마현은 이러한 인구 유출이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도야마현 유출 인구를 15~34세 남녀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남성은 1693명, 여성은 3698명으로 2.2배 차이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한 20~24세 여성의 유출 인구수는 코로나19 사태인 2019년 이후 연 20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현지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여학생들이 생산 현장이 많은 기업의 경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이미지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종에서 일하더라도 현지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다면 육아휴직을 사실상 쓰지 못하는 제조업 근무자와 만날 가능성이 높아 현 외로 나간다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기업에서는 육아 관련 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직업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나카무라 카즈유키 도야마대 교수는 "제조뿐 아니라 연구개발이나 컨설팅, 마케팅 등 노하우를 쏟아붓는 사업 모델도 만드는 것이 (인구 유출을 막는 데)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엔비디아 테스트' 실패설에 즉각 대응한 삼성전자(종합) 기준금리 11연속 동결…이창용 "인하시점 불확실성 더 커져"(종합2보) 韓, AI 안전연구소 연내 출범…정부·민간·학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국내이슈

  • 비트코인 이어 이더리움도…美증권위, 현물 ETF 승인 '금리인하 지연' 시사한 FOMC 회의록…"일부는 인상 거론"(종합) "출근길에 수시로 주물럭…모르고 만졌다가 기침서 피 나와" 中 장난감 유해 물질 논란

    #해외이슈

  • [포토] 고개 숙이는 가수 김호중 [아경포토] 이용객 가장 많은 서울 지하철역은? [포토] '단오, 단 하나가 되다'

    #포토PICK

  • 기아 사장"'모두를 위한 전기차' 첫발 떼…전동화 전환, 그대로 간다" KG모빌리티, 전기·LPG 등 택시 모델 3종 출시 "앱으로 원격제어"…2025년 트레일블레이저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美 반대에도…‘글로벌 부유세’ 논의 급물살 [뉴스속 용어]서울 시내에 속속 설치되는 'DTM' [뉴스속 용어]"가짜뉴스 막아라"…'AI 워터마크'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