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116곳 중 60곳 女법관 '0명'
양성평등기본법 도입에도 변화 더뎌

법원의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위원회에 여성 위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6년 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전 여성발전기본법)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여성의 참여 확대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20년 넘게 성평등 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논외다.

'정의의 여신'이 울고 갈 판…여성 없는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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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향신문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2021·2022·2023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 위원 현황 자료 등에 따르면 남성 위원의 수가 여성 위원보다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산하 위원회는 전체적으로는 최근 3년간 여성 참여율이 유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한 최소치인 30%는 넘겼다. 지난 9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1개 위원회에 참가하는 102명의 위원 중 여성은 33명(32.3%)이었다.

그러나 개별 위원회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관 인사위원회는 위원 11명 중 여성이 2명이었고, 법원장 인선 자문위원회는 위원 4명 중 여성이 1명이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는 10명 중 2명, 헌법재판관 후보 추천위원회는 9명 중 2명만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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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산하 위원회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올해 46개 위원회에 참가하는 407명의 위원 중 여성은 62명(15.2%)에 불과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 45개 위원회 436명 위원 중 39명(8.9%) ▲2022년 47개 위원회 473명 위원 중 46명(9.7%)이었다. 15.2%라는 저조한 수치마저 개선의 결과였다.


또한 근무성적 평정위원회는 전체 위원이 19명인데도 불구하고 2022년에는 여성 위원이 0명이었다. 해외연수 선발위원회 또한 2021년에는 여성을 넣지 않았고, 올해 인원을 2명 더 늘리며 총인원 7명에 여성 위원이 2명이 됐다. 행정심판위원회는 19명 중 2명, 정책연구용역 심의위원회는 9명 중 1명, 법원 국민감사청구 심사위원회는 7명 중 1명, 사법정보화심의위원회는 10명 중 1명만 여성이었다.

심지어는 여성 위원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근무성적평정 조정위원회, 대법원 예산집행심의회 등은 여성 위원을 넣지 않고 오직 남성 위원으로만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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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법부 내에 성평등 정책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있지 않은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꼽힌다. 행정부의 경우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 기관이 그에 따라 성별 대표성 방안을 시행한다. 여성가족부의 경우 매년 주기적으로 정부 위원회의 여성위원 현황을 조사한 뒤 목표치 미달 기관을 공표하고 개선 권고도 하고 있다. 이같은 체계적인 노력으로 정부 위원회는 2018년 위촉직 평균 여성 참여율을 40.2%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양성평등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의무사항은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법부와 입법부는 체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지적이다.


전국 고등법원 50.8% '여성 없는' 재판부
법원 로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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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6개(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수원) 고등법원의 118개 재판부 중 여성 법관이 1명도 없는 재판부는 60곳(50.8%)이었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형사·민사합의부 총 67개(대등재판부 포함) 중 26개(38.8%) 재판부에 여성 법관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범위를 넓혀 보면 서울 동·남·북·서부지방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회생법원, 서울가정법원까지 서울 지역 총 8개 법원 합의부 총 158개 중 56개(35.4%) 재판부에 여성 법관이 없다.


지방에 위치한 고등법원일수록 남성 법관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전고법은 총 8개 재판부 중 5개(62.5%), 대구고법은 7개 중 5개(71.4%), 부산고법은 8개 중 7개(87.5%) 재판부에 여성 법관이 없었다. 부산고법의 경우 형사부 총 4개 재판부가 모두 남성 법관으로만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시각으로 재판을 분석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사법부 평등을 위해 'Woman in Justice, Woman for Jutsice'(사법부의 여성, 정의를 위한 여성)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정의를 달성하기 위해 사법부 내 더 많은 여성이 필요하다(To achieve justice, we need more woman in justcie)"는 취지다.


2020년 6월 사법행정자문회 회의록에 따르면 의장인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은 "본인은 법 규정을 알기 때문에 위원회를 구성함에 있어 여성 비율을 맞춘다"라면서도 "법관 인사위원회 등의 경우 외부 추천위원이 남성으로 추천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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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성평등기본법 제21조는 행정기관의 사무에 관해 자문·조정·협의·심의·의결을 하는 위원회는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 위원을 최소 40% 위촉해야 한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정책에 여성적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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