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북송]④'가치외교' 시험대…"손놓은 유엔 압박"
이신화 "재중 탈북민 문제, 국제사회 나서야"
손놓은 유엔 난민기구, 정부가 책임 압박해야
韓中 직접 충돌 대신…유엔 통한 우회적 압박
태영호 "尹, 시진핑 만나 북송중단 촉구하길"
중국에 있는 탈북민의 북한 송환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압박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외교적 마찰을 피하면서도 중국을 효과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난민 문제를 책임지는 유엔 기구들을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탈북민 북송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도 우회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신화 "中, 리더 되고 싶다면 인권 규범 준수하라"
이신화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북송이 우려되는 재외 탈북자의 문제는 국제사회가 긴급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글로벌 이슈"라며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당할 위험이 현저하고,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well founded fear)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해 북한으로 보내고 있는 중국의 방침을 꼬집은 것이다. 탈북민은 북송 이후 강제노역과 구금, 고문, 처형 등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탈북민 북송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직접 대립각을 세우는 대신 '전원수용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송 대신 한국행이라는 선택지가 있다'고 에둘러 압박하는 것이다. 이 대사는 외교적 마찰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투 트랙 접근법'을 제시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되, NGO·인권단체 등의 목소리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역대 정부들이 탈북민 문제에 대한 민간의 목소리를 억눌렀던 것과 비교하면, 유의미한 차이점이다.
특히 정부가 유엔 난민기구(UNHCR)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특정 정부가 나서기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지만, UNHCR은 1995년 체결한 특별협정을 통해 중국 내 난민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한계로 진단하면서도 "UNHCR은 협정 외에 제3자의 중재를 요청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데, 2013년 이후로는 강제송환 문제에 대한 공개적 언급을 멈췄다"고 비판했다.
이 대사는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북송했다가 국제적 비판이 쏟아질 것과 북송하지 않았다가 대량 탈북으로 이어져 북한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가능성, 특히 후자를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인권이사회 회원국이기도 하다"며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인권과 인도주의적 규범을 준수하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 탈북민도 예외가 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尹정부, 국제사회 여론 선도…"난민기구 압박 필요"
전문가들도 유엔 기구들을 통해 대중(對中)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가장 현실성 있는 대책으로 꼽았다. '방한 의사'를 밝힌 시진핑 주석을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분명하게 '북송 중단'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장은 "유엔 난민기구(UNHCR)는 완전히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중국의 주장대로 모든 탈북민을 100% 난민이라고 볼 순 없다"면서도 "그렇다면 이들 중 누가 경제적 목적을 갖고 불법 입국한 사람인지, 누가 북한 당국의 핍박을 피해 망명한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것이 UNHCR에서 할 일"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의 방침을 역이용, 충분히 탈북민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탈북민의 위기는 당연히 우리 정부가 앞장서야 하는 일"이라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탈북민을 안전하게 구출하기 위해서는 UNHC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노벨평화상을 두 번이나 탔지만, 과연 UNHCR이 재중 탈북민과 관련해선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가 이를 규탄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층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국내외 대북 인권단체들의 협력을 주도해온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서울사무소, 유엔 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측과 만나야 한다"며 "이들 기구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공표한다면, 해당 기구들의 책임을 수면 위로 띄우는 것은 물론 국제 여론에 영향을 미쳐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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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방한 가능성이 점쳐지는 시진핑 주석을 상대로 선명한 '북송 저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조용한 외교에서 '시끄러운 외교'로,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강제북송을 중단하고 추방 형식으로 제3국 또는 한국으로의 이동을 돕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탈북민 구출에 나서는 적극성은 '가치 외교' 기조의 진정성을 평가할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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