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한 정쟁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되는 '셧다운' 돌입 기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산 법안 심의 권한을 쥔 하원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 축소와 국가 부채를 연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극적 타협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의회는 12개 세출 법안 가운데 단 한 건의 법안도 상·하원을 모두 통과시키지 못했다. 2024 회계연도가 시작되기 전인 오는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내달 1일 0시1분을 기해 미 연방정부는 폐쇄된다.
이 경우 국방·보건·교통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연방정부 인력들에 대한 일시 해고가 시작되며 핵심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공공 프로그램도 중단된다.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하게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업무 정지를 맞게 된다.
현재 진행 중인 예산안 협상은 재정 지출 규모를 둘러싼 민주·공화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예산 법안 심의 권한을 쥔 하원의 다수당 공화당 내 강경파가 내년도 정부 지출을 지난해 수준으로 줄이지 않는 한 양보는 없다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국가 부채(33조달러)를 예산 지출과 연계해 민주당에 강공을 펴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으나,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매카시 의장이 초당적 합의에 나서거나 민주당과 협력하면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 외신은 "의회가 이달 말까지 차기 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워 미 정부가 내달 1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토니 곤잘레스 공화당 의원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셧다운을 보길 원하지 않지만, 지금 의회가 셧다운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모두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최고위원(민주당)은 "공화당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며 "매카시는 무릎을 꿇고 (임시 예산안 통과를) 구걸하고 있지만, 그는 당내 강경파를 통제할 힘이 없다"고 MSNBC에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에 재정을 공급하는 것은 의회의 기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공화당 내 강경파들을 맹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열린 의회 행사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이 그들을 선출하면서 맡긴 일들을 시작할 때"라며 "일이 되도록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적 공화당원들이 약속을 지키길 원치 않아서 지금 미국의 모두가 대가를 치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군 급여 지급을 비롯해 식품 안전, 암 연구, 유아 교육 프로그램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메이저 3사 노조의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 군사 및 인도적 지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아울러 셧다운이 현실이 되면 바이든 대통령도 그 책임 여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된다. 미국 정치권 전체가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된다.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몇몇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열세를 보이는 등 공화당 주자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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