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대행 ‘권한 행사 범위’ 규정 없어… 전원합의체·법관 인사 올스톱 우려
11월 본회의서 이균용 후보 부결 시 ‘대법원 재판’ 사실상 불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25일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인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대법원장 대행 체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조짐… 오늘 오후 긴급 대법관 회의
AD
원본보기 아이콘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대법원장 자리는 공석이 되고 대법관 중 최선임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을 맡게 된다.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11월 9일인데, 여야가 협상을 통해 추석 연휴 이후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추가 본회의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 문제는 추가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고 11월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대법원장 공백은 장기화되고, 사법부는 격랑 속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데 있다.


안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을 맡게 되지만, 대법원장 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권한 행사는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대법원장 대행이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법관 13명은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대법원장 대행의 권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라는 주제와 관련 ▲전원합의체를 대행이 주재하고 선고일정을 잡을 수 있는지 ▲대법관 후보를 대행이 제청할 수 있는지 ▲2월 법원 정기 인사를 대행이 할 수 있는지 등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법원장이 주재해야 하는 전원합의체 선고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아 선고 일정 등을 결정한다. 대법원장 대행이 전원합의체 선고 일정을 정할 수 있는지 등은 대법관 회의를 통해 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새 대법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전원합의체 선고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장 공백으로 인한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 법원 정기인사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법관과 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자로 퇴임하는데, 그 후임을 정해야 하는 대법원장이 오는 11월까지 공석일 경우 대법관 후보자 제청이 이뤄지지 못해 두 대법관이 퇴임할 경우 대법원 재판 자체가 불가능 해질 수도 있다. 대법원장 대행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한 선례가 없다.


법관 인사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법관 회의의 동의를 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판사의 보직은 대법원장이 결정하게 돼 있어, 대법원장 공백 상태에서 사실상 법관 인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분당될 가능성도 있어, 대법원장 인준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D

재경지법 A 부장판사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사법부가 국회의 눈치를 보면서, 대법원장 공석이 장기화되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가결이든 부결이든 하루빨리 결론을 내서 대법원장 공백이 길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