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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공지능과 선거, 2024년을 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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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인공지능과 선거, 2024년을 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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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가을이다. 요즘 미국 뉴스에서는 내년 초 대통령 후보 경선에 등장할 여러 인물의 얼굴이 자주 등장한다. 공화당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으로서 기소 상태가 된 주인공이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에서는 재선 레이스를 시작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인 데다 평가가 워낙 낮아 중도 포기할 거라는 예측이 있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결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그럴 가능성도 적지 않다.


후보 못지않게 선거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 역시 주요 관심사다. 라디오나 TV 등이 처음 나왔을 때 후보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직접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뉴스 속도와 보급은 무척 빨라졌다. 1990년대 인터넷,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속도와 보급에 가속도가 붙었고 시민들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갈등도 고조되었다. SNS의 힘은 막강했고, 심지어 러시아와 중국이 여론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가짜 뉴스’를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디지털 혁명의 최신 파도로 볼 수 있으나 인터넷과 SNS가 일으킨 파도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SNS에서도 ‘가짜’ 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적어도 ‘사람’이 쓰는 것이라 생산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사진을 왜곡, 조작할 수도 있었지만 조악하거나 허술해 보여 ‘가짜’임을 비교적 쉽게 가려낼 수 있었다.


인공지능은 아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능인 데다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크게 두 개다. 하나는 역시 ‘가짜’다. 없는 사실뿐만 아니라 없는 사람도 만들어낼 수 있다. 글을 쓴 사람도, 심지어 사진에 등장한 사람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목소리와 몸도 예외가 아니다. 존재하는 사람의 목소리와 동영상을 가짜로 만들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만들 수도 있다.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 인공지능으로 인해 우리는 어떤 것이 실제이고, 어떤 것이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편파’다. 인공지능 시스템 전문가는 검증된 실제 사실과 정보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언론 매체들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뉴스를 내보내고 기사를 쓴다. 독자들은 그 경로를 파악할 수 있으니 오류가 있다면 기자와 매체를 향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인공지능은 아니다. 대중을 향해 원하는 방향의 입장을 주입할 수 있고, 원치 않는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보 생산의 중심을 인공지능이 좌지우지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쟁이 사라질 수도 있다. 대신 인공지능이 매끈하게 잘 정리한 매우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정보만을 수용하면서 결국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자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2024년에는 미국, 인도, 멕시코, 대만 등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한국에서도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선거에 틀림없이 활용될 것이다. 그것이 과연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는 그 영향력을 어디까지 수용해야 하는가. 나아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가짜’와 ‘편파’를 알아내는 방법, 나아가 그 악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 지구적으로 필요한 때가 아닐까. 다가오는 2024년을 향해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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