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 관련 영장 기각 9월만 3건
기각 흐름 끊겼지만…"입증 강화 필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라덕연 호안 대표 일당의 투자 유치를 도운 은행원이 재청구 끝에 구속되면서 최근 금융·증권범죄 관련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됐던 서울남부지검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금융·증권 범죄는 수사단계에서 명백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영장 발부에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수사를 더욱 촘촘히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A은행 기업금융팀장 김모씨(50)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수재 등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라 대표 일당의 범죄에 가담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2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6월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 기회를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기각했다. 3개월간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검찰이 김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라 대표 일당의 투자 유치 수법 규명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라덕연 도운 은행원, 재청구 끝 구속…남부지검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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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의 주목을 받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사건 관련 구속영장은 최근 줄줄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지난 6일 라 대표 일당을 자문해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변호사 조모씨(43)와 회계사 최모씨(41)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코인 상장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프로골퍼 안성현씨(42)와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54)에 대한 영장도 기각되면서 검찰은 결국 지난 8일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같은 날 '디스커버리 사태'의 핵심 인물인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검찰은 그간 영장 기각에 대해 개의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 대표의 영장 기각 이후 검찰 관계자는 "밖에서 보기엔 우려가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별히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장을 발부받아도 공소 유지가 걱정되는 사건이 있는 반면 영장이 기각됐더라도 수사가 잘 되고 형도 선고가 잘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잇단 기각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변명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객관적 증거를 보고 판단이 이뤄지면 좋겠다"며 "절도·폭력 범죄는 범행이 명백하지만, 금융·기업 관련 사건은 피의자들이 변명도 많고 책임을 떠넘기거나 증거인멸도 많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명 '3대 펀드'(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재수사에 대한 야권의 공세 속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코너로 몰릴 뻔한 검찰은 김씨를 재청구 끝에 구속한 만큼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두 번째 청구했을 때 발부 가능성이 더 낮은 건 사실이지만, 구속 사유와 혐의 내용을 이전보다 더 보강하는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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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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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금융·범죄에 있어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권 범죄는 범죄 혐의 소명이 어려우니 영장전담 판사도 실질 심사 이후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다"며 "살인 등 강력범죄는 피의자가 확실하면 영장이 대부분 발부되는 반면, 주가조작 혐의 같은 경우 초기 수사단계에서 뚜렷한 증거를 찾기 어려운 한계가 영장 기각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가 크고 피의자가 깊이 관여해서 큰 이득을 취했다는 점이 인정되면 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를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더욱 충실히 입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법 관련 사건이 법리적으로 확고한 이론이나 판례가 부족한 편"이라며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잘 설득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을 뛰어넘는 증거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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