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못주는 與 vs 갈등 부추기는 野
양당 정치의 한계…신당 창당 불가피
정치 역량 강화·특권 내려놓기 필요

'현 총리의 아내가 공무용 카드로 쇼핑을 한 게 탄로 나 집권당은 선거에서 패하고, 제1야당은 이후 흑색선전에 치우치다가 국민 반감만 사게 된다. 여야 정치가 극단에 치달으며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온건당 대표 비르기트는 연합정부 구성을 주도해 덴마크의 첫 여성 총리가 된다.'


최근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의 추천 덴마크 드라마, '보르겐' 내용의 일부다. 덴마크 국민의 절반 이상(53%)이 시청했을 만큼 인기를 끈 이 드라마에선 총리가 1000만원대 세금 유용으로 사퇴하고, 총리실 대변인이 말실수 하나에 해고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져도 무탈한 한국 정치 상황에선 이해하지 못할 부분들이지만, 양 의원은 바로 이러한 정치문화 덕분에 덴마크가 정치 신뢰도 87.6%, 세계 국가경쟁력 1위, 부패인식지수 1위의 '정치강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양 의원이 이끄는 신당 '한국의희망'은 바로 이러한 북유럽의 정치 문화를 대거 차용했다. 오는 8월 28일 창당대회를 준비 중인 양 의원은 지난 19일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보좌진은 파트너로서 일한다. (여성)총리이긴하지만 평범한 아내, 엄마로서 시민을 대변하는 덴마크 정치를 보며 이번 창당에 임하는 각오를 다시 새긴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에 치닫는 한국 양당정치를 보며 수년 전부터 창당을 준비해왔다"면서 "특권에 기댄 정치, 극렬 지지층에 기댄 정치가 죽어야 (나라가)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르겐'의 북유럽 정치를 꿈꾼다…신당 창당' 양향자 '국회의원 특권 폐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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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고졸 여직원으로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양 의원은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인재 영입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중 '반도체 전문가'는 양 의원이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1년 보좌진의 성추문으로 탈당, 이후 복당 신청을 했지만 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당과의 갈등 끝에 무소속으로 남았다.


지난해에는 국민의힘이 제안한 국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아, 양당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정확히 꿰고 있다. "정치 불신을 자초한 양당정치에서 벗어나 신뢰를 주는 정치, 투명한 정치, 희망 정치로 나아가는 깃발을 세우겠다"는 양 의원의 발언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과거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과거에만 갇혀 성공 여부를 운운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그 틀 또한 건너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양 의원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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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이 아니라 신당 창당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에서 공천받는 게 총선에서 유리하다고)조언해주셨다. 개인의 영달만 생각하면 모르겠지만, 미래 세대를 위해 '제대로 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선 '돈키호테다, 무모한 도전이다'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 작은 균열을 내려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국내 정치는 한계에 다다랐다. 기존 정당이 혁신해서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새 시대로 건너가야 하는 시점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창당을 하게 됐다. 일생일대의 축복이다.


-한국의희망은 어떤 정당인가

=8월28일 창당대회를 통해 '한국의희망' 정당이 명실상부하게 출범하게 된다. 좋은정치·과학정치·생활정치를 추구한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관리할 거다. 당원 관리·후원,정책 관리부터 공천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과정을 '인간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웹 3.0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한 정치 시스템을 만들겠다. 대의원 표를 갖고 오기 위해 돈봉투를 살포하는 등의 일은 아예 스며들 수 없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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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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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인대회에서 국내 정치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전문가들 참여가 눈길을 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최연혁 스웨덴 린넨대 교수가 당의 근간이 되는 정치 철학과 가치에 대해 많은 조언을 주고 있다. 특권을 내려놓고, 정치도 학습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북유럽에는 정당별로 청소년부터 정치 훈련을 시킨다. 한국의희망도 북유럽 모델에 대한민국의 정책 대변인제를 융합한 모델로 '정치학교'를 만들 거다. 유명세 있는 사람들 초청해 자기 얘기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정치철학부터 대변인 역량강화에 이르기까지 총 40회차(초급 10회, 중급 5회, 고급 5회)로 나눠 수업한다. 삼성전자 재직 시절 받았던 우리사주를 정치학교 설립에 쓴다. 이를 통해 청년 정치인, 후배 정치인을 양성하겠다.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 조언은 100명에 달하는 과학정치 자문그룹이 해주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한국의희망은 현재의 양당 구조를 깰 수 있을까

=지금까지 제3지대 신당이 실패했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굉장히 팽배하다. 그러나 오히려 반면교사 삼을 수 있기에 감사하다. 기존 3지대 신당은 인물, 지역에 함몰됐다. 그러다보니 창당해도 나중에 기성 정당에 흡수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미래 세대를 해치는 해국노 같은 짓이다. 유명 인물, 지역에만 의존하는 것은 정당에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틀 안에서만 성패를 운운하는 것이 안타깝다. 반도체 현직에 있을 때, 과거보다 미래 15년을 보고 일했던 사람으로서 관점이 다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양당정치를 깨는 것도 그렇다.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제1산업인데, 국회의원 300명 중 반도체 전문가가 1명밖에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다양성이 없는 구조다. 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국민을 대변하며 대표로 나서야 한다. 기존 정치가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보르겐'의 북유럽 정치를 꿈꾼다…신당 창당' 양향자 '국회의원 특권 폐지' 약속 원본보기 아이콘

-양당(국민의힘,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부·여당은 국정운영의 주체이기 때문에 국민 신뢰가 먼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 양평 고속도로 문제, 킬러 문항 이슈 등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국민께 설명하고 설득하는 역량이 없다. 국민이 신뢰하지 않는 정부와 여당이 문제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국정 방향은 잘 잡아도, 이를 다루는 방법이 거칠다. 수해 관련 대통령실 반응도 국민들로선 자괴감이 들게 하는 발언이다. '대통령이 와봤자'라니 아마추어 같다. 정치인의 작은 몸짓 하나, 심지어 복장도 정치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대안이 되는가. 불안하고 거칠고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여당의 상황을 더 선동한다.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게다가 부패했다. 현재 사회가 분열되어 있다. 그럼 정치가 이를 혁신해야 하는데 집단의 한계로 불가능하다. 한국의희망은 이 정치를 건너가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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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희망은 어떤 것을 내려놓을 것인가

=국회의원의 특권 자체가 없는 정당을 만들겠다. 정당이 제대로 기능하면 국회의원이 누릴 특권이 뭐가 있겠나.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해외 출장비를 정액으로 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잠은 제일 싼 곳에서 자고, 햄버거만 먹고 다닌다고 하더라. 이후 실비 지급으로 바꿨더니 최대치로 신청했다고 한다. 인간의 모습이 이렇다. 국회의원도 (해외 출장시) 국가의 품위를 손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하면 어떨까. 의원은 KTX 열차나 선박, 항공기를 이용하는 게 무료(국민 세금)다. 그것도 비즈니스석, 특실만 타고 다닌다. 21대 국회 본회의에 10%에 달하는 의원들이 결석했지만, 월급은 다 받아 갔다. 한국의희망은 국회의원이 갖는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겠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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