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중국發 펜타닐' 제재 법률화…미중 갈등의 새 뇌관
미국 의회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밀수와 관련 중국을 제재하는 법률화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이 펜타닐의 원료 공급지로 손꼽히는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펜타닐 제재가 미·중 갈등의 새 전선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척 슈머 민주당 미 상원 원내대표는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펜타닐 원료 주요 생산국인 중국 당국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이번 주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상원은 오는 18일부터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슈머 원내대표는 펜타닐 밀매를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펜타닐은 중국 정부의 승인과 묵인하에 중국 내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인 수만명을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에 이르게 하는 펜타닐 중독의 책임은 중국에 있다"고 맹비난했다.
환각성과 중독성이 매우 강해 '좀비 마약', '죽음의 마약' 등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현재 중국에서 만들어져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진 미국인 10만8000명의 3분이 2가 펜타닐로 사망했다.
중국 허베이 법원은 2019년 미국으로 펜타닐을 밀매한 혐의로 중국인 9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는 등 양국은 수년 전 중국의 펜타닐 생산자 단속에 나섰으나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협력이 중단된 상태다. 미국 일부 언론들은 중국이 고의로 펜타닐 제재를 느슨하게 해 미국 유통을 도왔다면서 펜타닐을 둘러싼 미·중 갈등을 '신(新) 아편전쟁(New Opium War)'에 비유했다. 폭스뉴스는 "펜타닐 협력을 둘러싸고 미·중 사이에 불길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펜타닐 제재가 미·중 갈등의 새 전선을 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펜타닐 제재와 관련한 미·중 간 협상에서 중국의 모든 길은 지정학적 문제에 종속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펜타닐 협력을 자신들의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중 협상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이 도너번 전 마약단속국(DEA) 글로벌 운영책임자는 "중국은 펜타닐 원료인 전구체 화학물질 생산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 화학산업은 중국 내 규제가 가장 약한 산업"이라며 중국 당국의 느슨한 관리·감독 책임을 지목했다.
앞서 중국은 펜타닐의 미국 내 유입을 억제해달라는 미국 측 요청에 '미국의 펜타닐 위기는 미국 내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디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당시에도 펜타닐 문제는 양국 협상의 주요 의제에 올랐지만, 미국 측은 협상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어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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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무부는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직후 펜타닐 원료 생산·유통·판매 등과 관련한 혐의로 중국 우한의 화학업체 아마블바이오테크 등 4개 중국 기업과 8명의 중국인을 기소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미 당국이 펜타닐 원료를 미국에 밀수한 혐의로 중국 기업과 중국인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부의 기소와 체포에 대해 중국은 자국민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며 "(자국민의) 불법 체포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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