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경'은 생각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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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한 가정의 수입이 줄고 빚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선택은 크게 두 가지다. 수입원을 추가 확보하던가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같은 상식이 국가재정에 관해선 통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걷힌 국세는 134조원이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약 34조원 줄었다. 그런데도 야당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가채무가 지난해 기준 1068조원에 달하는 등 재정건전성이 크게 흔들리는데도 빚을 내서 정부 지출을 당초 계획대로 유지해 경제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하반기 추경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달 사이 공식적으로 "추경은 없다"고 언급한 횟수만 네 차례에 달한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간담회(5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5월 22일), 세종 정부세종청사 기자간담회(5월 3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6월 13일) 등 자리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에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2008년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코끼리의 지속적인 언급은 되레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언급이 지속될수록 자칫 강경 대응으로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추경' 가능 여부에 상관없이 추경에 대한 계속되는 언급은 오히려 이 문제가 가공·재생산되는 현상을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급진적인 '추경 불가피론'이 확산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 부총리가 단호히 추경 논쟁을 차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나랏빚을 더 안 늘리고 대응하는 방법을 찾겠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빚을 더 늘리지 않게 재정을 운용하겠다"며 추경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추경 불가 의지 역시 강력하다. 국가재정 부담, 국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방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는 물론 미래 세대에도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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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언제까지 포퓰리즘성 추경 요구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압박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하반기 2%대 물가를 눈앞에 두고 있고, 취업자 수 역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정부가 예상한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추경 여부에 앞서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의 방향을 지켜봐야 할 때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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