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육군블로그 사진 도용해 엉터리 주장
북한말로 "남조선 포탄, 로씨야 주민 살해용"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한국 무기가 러시아 병사·주민들을 살상하는 데 쓰인다는 엉터리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제시한 한국 포탄의 사진은 8년 전 육군 블로그에 게재된 것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군 당국에 따르면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 국경절이었던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 전황을 공유하면서 "순탄치 않은 정세 속에서 국가 명절인 러시아 국경절을 경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 측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연합세력은 피비린내 나는 분쟁을 일으켰다"며 우크라이나를 '나치 세력'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러시아는 '피해국'이라고 강변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12일 게재한 한국 포탄 사진. 대사관 측은 우리 무기가 러시아 주민들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사진은 8년 전 육군 블로그에 게재된 것을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12일 게재한 한국 포탄 사진. 대사관 측은 우리 무기가 러시아 주민들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사진은 8년 전 육군 블로그에 게재된 것을 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지출처=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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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에 게재된 포탄 사진 [이미지출처=아미누리]

2015년 6월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에 게재된 포탄 사진 [이미지출처=아미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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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은 특히 "남한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으로 비난받지 않으려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면서 표면에 '155㎜ 곡사포용 TNT'라 적힌 우리 포탄 사진을 공유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미국에 155㎜ 포탄 10만발을 수출하면서 '최종 사용자를 미국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고, 올 초에는 미국에 포탄 50만발을 '대여 형식'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의 포탄 사진은 8년 전인 2015년 6월 육군 블로그 아미누리에 게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육군은 아미누리에 8군단의 K-9 자주포 해상 사격훈련을 소개하면서, 자주포 내 장병들과 155㎜ 포탄의 실물이 담긴 사진을 함께 올렸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올린 사진 속 포탄은 로트 번호(제조 번호)마저 육군이 과거 게시한 사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러시아 측은 "남한이 무엇을 고안하든지 그들의 무기는 결과적으로는 러시아 병사와 평화적 주민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고 엉터리 주장을 펼쳤다. 특히 대사관이 올린 문제의 페이스북 글은 한글 번역문을 함께 제공했는데, 번역문이 '북한식 표현'으로 돼 있다는 점에서 북한 표현에 정통한 인원이 직접 작성했거나 북측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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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북한식 표현'으로 올린 번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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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선은 우크라이나의 직접적인 무기 납입으로 하여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하여 온갖 궁리를 다 해내고 있습니다. 저들의 땅크를 뽈스까(폴란드)에 넘겨주어 뽈스까가 무력에 취역된 낡은 쏘련제 장비들을 우크라이나 당국에 납입하도록 하기도 하고 미국의 주문에 따라 종당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쓰이게 되는 탄약들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남조선이 무엇을 고안해내든 그들의 무기가 여하튼 로씨야인들 즉 병사들과 평화적 주민들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훌륭한 조선의 성구를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오고 팥 심은 데 팥 나온다.' 로씨야에도 '심은 대로 수확하게 된다'는 비슷한 성구가 있습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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