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거래와 '전쟁 선포'…정부 "범죄자, 시장에 발 못 붙이게 할 것"(종합)
감옥에 가도 남는 장사…"한탕주의 경종 울릴 것"
CFD 투명성 제고·리니언시 제도 도입 내부고발 유인 강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금융 유관기관과 검찰이 증권 범죄 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고 불법 행위자들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감옥에 가도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았지만, 앞으로는 불법 행위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등 엄벌을 가할 방침이다.
23일 금융 유관기관과 서울남부지검 검찰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불공정거래의 뿌리를 뽑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석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 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부당이익 2배 과징금 부과…제보 중심→선제적으로 불공정거래 정보 수집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위원회는 불공정거래로 취득한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박탈해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 과징금 제재 도입,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감면 등의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며 “이는 몇 년간의 형기만 버티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내겠다는 ‘한탕주의’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 이용 등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부당이익 금액의 최대 2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내야 한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불공정행위에 대해 형사처벌만 가능하고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불법 이익을 환수할 수 없을뿐더러 일부 불공정거래 전력자는 형사처벌 뒤에도 위법행위를 지속해서 저지르는 상황이 초래됐다.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기준도 구체화한다. 지금까지는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미비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총수입에서 거래를 위한 총비용액을 공제한 차액이 부당이득액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전력자의 경우 최대 10년간 자본시장거래 제한, 상장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이에 맞춰 금융감독원은 불공정거래가 조기에 적발될 수 있도록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현재 금감원은 제보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앞으로 선제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대규모 불공정거래 정확 포착 시 신속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불공정거래 정보 수집반(TF)’를 신설하고 기존 제보접수 분석과 검토 인력 규모도 학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온라인상의 불공정거래 정황 정보를 수집해 불공정거래를 조기에 적발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 원장은 “거취(去就)를 걸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불공정거래 엄벌에 나설 것”이라며 “무관용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해 엄중한 감시와 조사, 처벌 등으로 시장 질서를 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번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조작 사태에 범죄 도구로 활용됐던 차액결제거래시스템(CFD)의 투명성 제고와 시장 감시 시스템 고도화로 금융당국과 발을 맞춘다. 그간 CFD 매매 주문 시 실제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가 투자 주체로 표기됐지만, 앞으로는 실제 거래 주체가 표기된다. 시장 감시 시스템은 장기적인 시세조종도 포착할 수 있도록 구축한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중장기에 걸친 주가조작 시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이상 거래 적출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며 “매매패턴 분석 방법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남부지검은 증권 불공정거래 사범 리니언시 제도를 신설해 내부고발 유인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리니언시 제도란 불법행위에 대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신고자에 대해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수사기관 일원화·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 도입논의 필요
한편 이날 패널 토론에서는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나왔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교수는 ?수사기관의 일원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역할 강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4개 유관기관이 수사에 있어 공조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 교수는 “사건 발생 이전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고 관할할 주도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며 “사건의 유형, 주체별로 주도할 수 있는 명확한 기관 설정이 필요하며 공조 시스템은 사후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증선위 권한을 강화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처벌을 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그는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근본적으로 불공정 거래를 자본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자본시장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범죄 예방을 위해 정보를 제공한 내부자에 대한 포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리니언시 제도의 경우 범죄행위 이후에 효과적인 제도”라며 “과거 파파라치 제도의 효과를 누렸듯 자본시장에서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선 내부자 정보 제공 포상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며 이를 위해선 입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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