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 압박 들어오지만 해결책 찾기 어려워
증권사·금융당국 입장 단호, 대규모 소송전 예고

'SG증권발 폭락사태'로 인해 채권추심 통지를 받은 투자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민사소송부터 회생까지 다양한 해결 방법을 찾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찮기 때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채권추심 유예를 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진정을 넣었으나, 증권사와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구제방안이 마땅치 않아 결국 대규모 소송전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라덕연 호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라덕연 호안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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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법인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피해복구 상담 의뢰가 늘어나고 있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고를 낸 직후부터 스무 명 이상이 상담을 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광야 등 다른 법무법인도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일당에 대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LKB는 매주 1회 회생 방법을 설명하는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는 증권사들이 미수·미납금에 대한 채권추심을 진행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일당은 그들이 모집한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를 통해 주식을 거래하고 투자자 동의 없이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했는데,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 계좌의 증거금 비율이 마이너스가 됐다. 일례로, 키움증권에서는 지난 25일 미결제위험 증가로 선광·하림지주·세방 등 이번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해 위탁증거금 100%를 징수한다는 공고를 냈다.


투자자들은 막막한 심정으로 구제 방법을 찾아다니고 있다. 신용대출로 투자에 나선 A씨는 증권사로부터 채권추심 독촉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런 사실을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태라 압박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다른 투자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레버리지로 인해 의뢰인들의 피해 금액이 대부분 10억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라 대표를 고소한 투자자 중에서는 원금을 포함 100억원 손해를 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중에는 가압류가 들어온 경우도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에 채권추심유예 및 지연이자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4일 법무법인 대건은 금융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공형진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이 사태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증권사가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추심을 바로 진행하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며 "금융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위와 증권업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의 문의에 "개별 증권사와 투자자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부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익명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정보를 넘겨 휴대폰을 개통하고 계좌를 개설해 발생한 문제까지 증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금융당국의 투자자 구제 가능성을 낮게 본다. 서지원 법무법인 나란 대표변호사는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금융당국의 채권추심 유예 및 지연이자 중단 등의 대안에 대해 "성립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투자자들이 라덕연 일당에게 맡겨둔 핸드폰 사용 자체가 불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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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자본시장 질서에 경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가 진상파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투자피해 사례와 함께 라덕연 측의 주가조작 및 자산은닉 정황, 다우데이터·서울가스 대주주의 대량매도 관련 내막 등 어떤 내용의 제보든 환영합니다(jebo1@asiae.co.kr). 아시아경제는 투명한 자본시장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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