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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 50대는 왜 병원에 동선을 속였나[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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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19일 밤 10시께 경기 의정부시에서 곡선 구간을 지나던 포르쉐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뒤집힌 차량 조수석에서 50대 남성이 기어나왔다. 늑골이 부러지고 피가 흘렀지만, 그는 112나 119 신고 대신 택시를 불렀다. 스스로 병원에 찾아가서는 의료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 경위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치료가 늦어지면서 남성은 사고 발생 14시간 만에 병원 응급실에서 과다 출혈로 숨졌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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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와 남성은 사고 당일 운전자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다른 술자리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운전자는 발음이 부정확하고 눈이 충혈된 채 몸을 많이 비틀거리는 상태에서 3.2㎞가량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 당시 운전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18%로 면허취소 수치를 웃돌았다. 조사 결과 운전자와 남성은 내연 관계였고, 남성은 아내와 딸이 있었다.


검찰은 운전자를 형사 재판에 넘겼다. 의정부지법 형사4단독 박근규 판사는 운전자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이 사건으로 유족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헤아리기 어렵다. 딸은 재판정에서 오열했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그러면서도 "운전자가 범행을 인정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한다. 유족과 합의했으며 초범이다"고 덧붙였다. 운전자는 유족 측에 8000만원을 지급하고, 법정구속을 면할 경우 7000만원을 더 주기로 합의했다. 형사 재판은 1심에서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유족은 운전자의 자동차보험사에 손해배상금 11억5000만원을 청구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60단독 박종택 부장판사는 "보험사는 아내에게 3억1200만원을, 딸에게 4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부장판사는 유족의 정신적 피해(위자료)에 운전자와 남성의 관계, 사고 발생 경위 등을 참작했다. 장례비와 생계비, 남성이 사망하지 않고 계속 일했다면 얻을 수 있었을 수입을 손해배상금 산정에 함께 고려했다.


법원은 다만 유족의 청구금액 중 55%만 인용했다. 재판부는 "숨진 남성은 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셨고 다른 곳에 가서 술을 더 마시자고 제안했다. 사고 후 택시를 타고 병원에 늦게 도착했으며, 의료진이 사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게 속이는 등 신속히 치료받을 기회를 스스로 잃었다"며 "이런 점을 종합해 사망자의 과실 비율을 4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민사 재판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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