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위기 이미 시작, 수도권 번지는 건 시간 문제
여성-고령 인력 활용 고민해야, 이민은 그 이후
지방에 권한과 예산 주는 자치분권 강화도 필요

인구 절벽, 인구 지진, 인구 재앙….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다. 먼 미래의 시나리오도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지금 이야기다.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 이하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빠른 경제성장에 놀랐던 세계는 한국의 엄청난 저출산에 다시 놀라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저출산 종합대책을 발표하겠다며 의견 수렴에 분주하다. 우리는 왜 지난 16년간 280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출산율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궁금증을 풀고자 3월 2일 인구문제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인구문제가 왜 중요한가.

나는 인구가 전부라고 표현한다. 인구구조의 변화라는 게 한순간에 생긴 게 아니라 긴 시간 동안 누적, 축적돼오다가 지금 문제로 비화한 것이다. 사회 변화를 추동하거나 결과물을 심화시키는 차원에서 보면 인구가 전부다.


전에는 인구를 생산의 주체라는 측면에 주목해서 봤다. 노동력으로서의 자원, 생산 가능 인력 공급이라는 것에 주목했다. 그런 측면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니 데드라인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민을 얘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자원이 줄어들면 사회에 안 좋으니 외국인을 들여오자는 공급 측면의 고정관념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이 문제가 그다지 큰 이슈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당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업일 것이다. 사회를 유지해왔던 경제활동의 모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에 주목되는 것은 수요 측면이다. 이 측면까지 가면 파장이 확 넓어진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미 인구 위기는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이미 인구 위기는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직 수요 측면까지는 안 간 건가.

이제 가고 있다. 1970년대에는 연간 출생아 수가 100만 명이 넘었다. 이게 지난해에는 24만 8천명이다. 1/4이 됐다. 수요 핵심이 지방대학이다. 사립대뿐 아니라 지방거점 국립대도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모집 못 하는 과가 생겼다. 절대 인구가 줄어들고 지역대학에 가지 않고 수도권으로 향하다 보니 사회 유출까지 생겼다. 지방에서는 수요 측면의 위기가 체감이 확 되는 상황이 됐다.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 경제구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도권으로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미 한쪽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서울의 이슈로 사안을 보니 풀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이 특히 민감하게 느낄 것 같다.

대기업들은 로봇을 도입하는 등 끊임없이 혁신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여왔다. 그렇지만 중소기업들은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일자리는 흘러넘치는데 사람을 뽑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으로 대체하고 있다. 노동력이 부족해 한국 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으나 이것도 얼마 안 남았다. 충격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비유로 표현한다면?

인구 문제 원인은 다양하다. 즉각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정책이 아니다 보니 방치하거나 연기하는 동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세대 정책이자 가치관으로 연결되는 이슈다. 한 세대 이상 걸린다. 출산율만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 그런 식의 해법을 찾는 것은 과거 문법이다. 노동력 수입만 생각해서 ‘잔류하고 정주하지 않는 식의’ 이민을 선순위에 놓는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나는 ‘완전연소’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내부에 진짜 일할 사람, 경제활동 인구가 없는가 하는 문제다. 여성 인력 등과 관련해 우리끼리도 완전연소가 안 된 상황에서 왜 나라 밖에서만 데리고 오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고령인구도 충분히 쓸 수 있다. 65세~70세 됐다고 내보낸다? 그건 숙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이다.


2030이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던데.

인구 문제와 관련해 원인에 대한 정확한 문제 진단이 잘못됐다. 20·30세대 당사자들이 주 대상인데 그들의 얘기는 안 듣고 50~60대 기득권자들이 앉아서 이것 주면 좋을 거야 하는 식으로, 20·30세대가 봤을 때 전혀 안 맞는 상황으로 오도되고 있다.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후배들에게 선배 세대를 추격할 수 있고 역전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출산 연기나 포기한 걸 가지고 너희들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현재 0.78인데 합계출산율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원래 1.3명 이하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잘 안 벌어진다는 것이 인구학의 가정이었다. 인구위기선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지금 0.78까지 떨어졌다. 이게 뭘 의미하나. 1.3명 이하는 상상력의 영역이었다. 이미 상상력을 벗어났기에 어디까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정부가 280조원 넘게 돈을 썼는데도 출산율이 계속 낮아진 이유는?

우선 팩트체크부터 해보라. 정부가 정말 그렇게 돈을 썼을까. 그럴 리가 없다. 출산과 관련해서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으니 유관 예산을 갖다 붙였을 가능성이 크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돈들이 정말 출산장려와 관련된 대책에 들어간 돈인가 하는 점이다.


성장 전략이 우선이다. 인구 변화가 빨랐던 국가들은 하나같이 이런 돌파구를 찾았다. 대표적인 게 독일 메르켈 정부가 했던 인더스트리 4.0이다. 일본의 아베 서사이티 2.0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엄마가 안 기른다. 남편, 사회가 아이를 기른다. 우리는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크다. 이제 깊이와 넓이를 다 다루는 총체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부의 사람들이 모여 정책을 다룬다는 것은 과거식이다. 작은 걸로 전체를 보려고 했다. 필요하긴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돈을 주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얻는 데까지 가야 한다. 복지부가 무슨 잘못이 있나.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대통령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대통령이 움직여야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토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과 정책 결정까지 나와 줘야 한다. 예산 집행권이 있는 기구를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변화할 수 있다.


전영수 교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인 과제로 자치분권 강화를 주장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전영수 교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적인 과제로 자치분권 강화를 주장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


외국 가운데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나라가 있나?

없다. 나라마다 각자 긴 시간 동안 풀어낸 방식이 있다. 우리가 그들 사례를 가져온다고 먹혀들지 않는다. 설계방식이 다르고 움직인 사람들이 다르다. 우리는 우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요구되는 변화가 있다면.

자치분권이 필요하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어서 알을 못 낳고 서울은 둥지가 없어서 알을 못 낳는다는 말이 있다. 균형이 돼야 하는데 더 불균형이다. 수도권 12% 공간에 52% 사람들이 산다. 주민등록상 인구가 그렇지 실제로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더 많을 것이다.


229개 지방자치단체 중 114곳이 소멸지구다. 지방에 권한과 예산을 확 내려줘야 한다. 그래서 지자체의 생존능력, 순환경제를 재구축해서 지속가능한 직장과 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도농균형발전법을 개정하고 인구감소지역 특별발전법을 만든 것이나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한 것은 잘한 것이다. 지방모델이 서울 모델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자치분권이 제일 중요하다.


일단 합계출산율을 올리려면 목표치를 어느 정도로 봐야 하는가.

올리는 것은 늦었다. 반전이 아니고 완화다. 완화 속에서의 적응이 중요하다. 만약 목표치를 내건다면 단순 슬로건이 아니라 그것까지 가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아야 한다.


출산 문제와 관련해 기업들이 나서는 것은 어떨까.

인구문제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정부의 실패다. 이제는 기업이 맡아야 한다. 기업은 지금까지는 방관만 해왔다. 애써 외면해왔다. 이제는 아니다. 정부가 근원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기업이 유력한 해결 주체로 등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배울 수준 넘어섰다. 기존 있는 것들을 이렇게 넣어보고 저렇게 넣어보고 하는 결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이나 기업을 넣어서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내용이나 주체, 방식을 한국식으로 해보자.

AD

[전영수 교수는 누구인가]

인구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사회변화를 연구하는 사회경제학자다. 한양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방문 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있다. 여러 매체에 인구와 경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 《대한민국 인구·소비의 미래》 《한국이 소멸한다》 《은퇴대국의 빈곤보고서》 등이 있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