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관.종.]눈보다 빠르고 정확한 AI…암 조기진단 루닛
영상검사 촬영 급증에도 분석할 의사는 태부족
AI가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세계적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실생활을 이롭게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 가운데 특이점을 찾는 게 AI가 특히 능한 분야다.
미국 영상의학회에 따르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판독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상검사 촬영량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는 연평균 2%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부족 현상은 신흥국에서 더욱 심각하다. 지역별 편차도 크다. 이런 가운데 AI 기술이 발전했고, 영상의학과 전문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AI로 암 조기진단…정확한 판독으로 주목
2013년 출범한 1세대 의료 AI 업체 루닛은 AI 기술로 인간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하는 판독 보조 솔루션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의료영상 기반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찾아내는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을 개발했다. 주요 제품으로는 암 진단 관련 영상 판독 솔루션 '루닛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 '루닛스코프'가 있다.
루닛은 글로벌 의료기기 제조사 및 유통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루닛인사이트의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인허가 획득을 통한 판매지역을 늘려나가는 중이다. 세계적인 의료영상장비 업체 지이헬스케어(GE Healthcare)를 비롯해 필립스, 후지필름, 홀로직 등이 지역별 판매채널을 선점했다. 루닛스코프에는 세계적인 액체생검 업체인 가던트헬스가 300억원을 투자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제약회사, 임상시험 전문기관 등 대상으로 연구용 수요가 늘고 있다.
루닛은 AI 관련 다수 학회에 참가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세계적인 대회에서도 수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했음을 보여줬다.
세계적으로 암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 필요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폐암환자 10명 가운데 6명이 3~4기에 진단을 받는다. 폐암 4기 환자의 5년 생존률은 8.9%에 불과하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덜 들어가고 생존률도 높다.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려는 정부는 암 검진을 지원하는 추세다. 대다수 국가는 CT와 MRI 등 영상검사 방식을 통해 암 발병 여부를 판단한다. 루닛인사이트를 활용하면 빠르고 정확하게 이상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루닛인사이트는 폐암을 진단하는 '루닛인사이트 CXR'과 유방암을 진단하는 '루닛인사이트 MMG'로 나뉜다. 현재까지 40개국에서 인허가를 받았다.
보수적인 병원과 의사를 설득하기 위해 AI 단독 판독과 보조 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정확도를 검증했다. 의사가 단독으로 진단했을 때보다 정확도가 높았다. 최근 AI 영상분석 솔루션을 활용해 폐 결절 검진을 하면 검출률이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에 게재됐다. 래디올로지는 미국영상의학회(RSNA)가 발간하는 SCI급 국제학술지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흉부 엑스레이를 촬영한 환자 1만476명을 대상으로 폐 결절 검진률을 조사했다. AI를 활용한 그룹의 폐 결절 검출률은 0.59%로 나타났다. AI를 제외한 그룹의 검출률 0.25%에 그쳤다. AI를 활용한 그룹에서 2배가 넘는 수준의 수치를 기록했다. 폐암 확진을 받은 환자는 AI 그룹에서 8건이 검출됐고, AI를 활용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막대한 투자 이후 결실 기대…올 들어 주가 40% 상승
루닛은 연구개발을 지속하면서 기술력이 좋아질수록 손실은 쌓여갔다. 당기순손실은 2019년 470억원, 2020년 837억원, 2021년 7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237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매출액은 2019년 2억원, 2020년 14억원, 2021년 66억원에 불과했다.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익을 낼 정도는 아니다.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하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졌다. 지난해 7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임상시험 및 인허가 비용 364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 등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22.59%다.
대규모 손실에도 시가총액은 5000억원을 웃돈다. 올해 들어 주가가 40% 상승했다. 챗GPT 열풍과 함께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루닛의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도 늘었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회사는 핵심 기술 경쟁력과 우수함을 꾸준히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며 "유방촬영술은 2명의 전문의가 이중으로 판독하는 형태이나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눈으로 판독이 어렵다는 점에서 AI에 대한 수요가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
영상진단 시장은 지이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등을 포함한 10개 업체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신규 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다. 루닛은 영산진단 시장 특성을 고려해 루닛 제품과 패키지 구성이 가능한 엑스레이 촬영장비, 유방촬영술 촬영장비, 의료영상저장전송장치(PACS) 부문 제조 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지이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홀로직 등 세계적인 의료장비 업체뿐만 아니라 아그파, 섹트라, 이머전트 커넥트 등 의료시스템 업체 등과 해외 유통 및 판매 계약을 했다. 각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업체들이 루닛 파트너사다.
루닛을 창업한 백승욱 이사회 의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창업 첫해부터 2018년 10월까지 대표를 역임하며 루닛인사이트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서범석 현 대표에게 대표직을 위임하고 루닛 제품총괄이사, 혁신총괄이사 등을 역임한 후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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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을 이끄는 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과 서울대에서 각각 생명과학 학사학위, 의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며 의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쌓았다. 연세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보건정책학 석사학위, 의료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의료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서 대표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루닛은 한차원 더 성장하기 위해 더 나은 10년을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기존 암 진단 제품 외 암 치료 분야 신제품 출시로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AI 분야의 세계적인 표준 업체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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