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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투자일까 차익거래일까…'캐리 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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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로 돈 빌려서 고금리에 투자
9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투자기법
0%대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유행
환율·금리정책·수수료 등 고려해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속에서 일본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인 104엔까지 상승한 2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속에서 일본 엔화 가치가 장중 한때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인 104엔까지 상승한 26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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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송승섭 기자] 지난해부터 주요국들은 높아진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만 제외하고요. 일본 중앙은행은 주요국들과 정반대로 고집스럽게 0%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주목받은 투자기법이 있죠. 바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입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란 싼값에 돈을 빌려서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해 돈을 버는 ‘투자기법’을 말합니다. 지나치게 당연한 말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통상 ‘통화’를 이용합니다.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대출받은 뒤에 금리가 높은 나라 은행에 예치하거나 투자하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거죠. 말 그대로 자금을 실어 나르는(캐리·Carry) 거래(트레이드·Trade)인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 투자자가 일본에서 연 1% 금리로 100억원을 빌렸습니다. 이 돈을 예금금리가 3%인 미국은행에 넣어둔다면, 투자자는 단순계산상 2%의 수익률을 얻겠죠. 위험을 감수하고 수익률이 높은 미국의 채권이나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요. 이렇게만 보면 캐리 트레이드는 안정적이면서도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탁월한 투자기법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2월 주요국의 GDP대비 일본 투자금 유입 현황.

지난해 12월 주요국의 GDP대비 일본 투자금 유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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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캐리 트레이드가 처음 등장한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가 불었습니다. 거품경제 붕괴를 겪은 일본은 1990년대 이후 0%에 가까운 아주 낮은 금리를 적용했습니다. 거의 공짜로 돈을 빌릴 수 있었단 거죠. 이에 일본의 투자자들은 아주 저렴하게 돈을 빌려 해외 은행에 돈을 예치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매입해 돈을 벌었습니다. 이러한 투자기법이 알려지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에 돈을 대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는 무조건 큰 수익을 올리는 꿈의 투자기법이 아니었죠. 캐리 트레이드의 약점은 바로 금리·환율 변동입니다. 싼값에 빌렸지만 대출기관에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돈을 넣어둔 은행의 금리나 투자한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각 국가의 세금 제도나 환전 수수료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고요.

금리·환율변동 취약…신흥국 자금유출 부작용도
달러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 투자를 청산했을 때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달러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 투자를 청산했을 때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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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도 그랬습니다. 2008년 전 세계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침체를 맞았습니다. 뚝 떨어진 경기를 부활시키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0%대로 끌어내리는 상황까지 갔고요. 자금조달 비용과 수익률의 차이가 사라지자 투자자들은 엔화로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해버렸죠.


그러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생겨났습니다.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하면서 금리가 높은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은 많은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돈이 부족했던 이들 국가는 캐리 트레이드로 유입된 자금을 활용해 성장할 수 있었죠. 문제는 캐리 트레이드로 자금이 회수되면서 벌어졌죠.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가계 소비가 위축된 겁니다. 이에 캐리 트레이드가 도움을 주긴커녕 해외 시장에 버블을 형성한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를 막기 위해 신흥국들은 각종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토빈세’가 대표적이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는 ‘외환·채권·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자금에 거래세를 부여해 급격한 자금 유출입을 막자고 제안했습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단순 차익거래가 본질인 만큼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제도죠. 브라질이 토빈세 도입을 한 대표적인 신흥국 중 한 곳이고요.


[송승섭의 금융라이트]투자일까 차익거래일까…'캐리 트레이드'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에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올린 이후 엔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경고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BOJ는 지난달 장기금리 변동허용폭을 ±0.25%에서 ±0.5%로 올렸습니다. 금리가 올랐으니 엔화를 빌리는 비용도 비싸졌겠죠. 앞으로 BOJ가 계속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우려에 한몫했고요.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금리가 저렴한 만큼 캐리 트레이드는 계속될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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