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72 강제집행…소화기 분사·욕설 등 격렬 대치(종합2보)

인천지법-용역업체 직원 마찰
보수단체 회원도 집결

법원이 '스카이72' 골프장 부지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돌려주지 않은 기존 운영사를 상대로 17일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임차인 측 용역업체 직원들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를 분사하고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17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스카이72 골프장의 강제집행이 진행됐다. 법원 집행관이 골프장을 빠져 나가려하자 스카이72 임차인 쪽 관계자들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인천지법 집행관실은 이날 오전 8시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토지 인도를 위한 강제집행을 시작했다. 집행관실 직원들은 스카이72 골프장 내 바다코스(54홀) 입구에서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시설 임차인 측은 용역업체 직원 500명가량을 고용해 강제집행에 맞서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1시간 30분가량 혼란이 지속된 뒤 오전 9시 35분께 집행관실 측 인력이 재차 골프장 진입을 시도하자 다시 소화기와 물대포 분사가 이어졌다. 집행관실 측은 바다코스 내 클럽하우스 건물로 들어가려다 문이 잠겨 있자 골프장 홀로 이동해 강제집행을 진행했다.이후에도 집행관실 측 인력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골프장 필드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집행관실 관계자는 10시5분께 바다코스 54홀에 대한 집행 완료를 선언했다. 임차인 측은 "강제집행을 끝낼 수 없다"며 집행관을 가로막아 또 한 번 충돌이 발생했다.

법원 집행관실 관계자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기 때문에 채무자는 마땅히 원고에게 (골프장) 부지를 넘겨줘야 한다"며 "토지 인도를 집행하기 위해 왔고 세입자들의 정당한 점유권은 보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차인 측 법률대리인인 이성희 법무법인 천고 변호사는 "골프장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강제 집행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신규 사업자는 고용 승계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업자나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바다코스 입구 주변에는 보수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회원들도 모였다. 이들은 스카이72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비리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법’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법원의 협조 요청을 받은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찰관 250여명을 골프장 인근에 배치했다.

17일 오전 인천 중구 운서동 스카이72 골프장 바다코스 입구에서 스카이72 시설 임차인과 입찰탈락 의혹을 제기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진입로를 막고 있다. 집행관이 집입로에 들어서자 시위 참가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법원은 앞서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골프장 운영사인 주식회사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등 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강제집행에 나섰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를 인천공항공사에 넘겨줘야 하는데 최근까지 이행하지 않아서다.

스카이72는 후속 운영사 선정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프장 부지를 넘겨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이용객을 대상으로 예약을 받았다.

기존 운영사 스카이72는 2005년 인천공항 5활주로 건설 예정지인 인천공항공사 소유지를 빌려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를 조성한 뒤 운영했다.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계약 종료 시점을 ‘5활주로를 건설하는 2020년 12월 31일’로 정했으나 5활주로 착공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2년 넘게 법적 분쟁을 벌였다.

인천공항공사는 2020년 9월 이 골프장 운영사를 다시 선정하는 공개 입찰을 진행했고 ‘KMH신라레저’(현 KX그룹)가 새 사업자로 뽑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