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들의 거듭된 권고 "제사는 검소하게 지내라"
성균관, 간소화 차례상 권고
'홍동백서'는 실제 예법 아냐
조선 유학자도 '검소함' 강조
성균관이 올해 설날을 앞두고 '올바른 차례상 차리는 법'을 공개해 관심이 쏠린다. 전통에 부합한 예법을 정립 중인 성균관은 지난해부터 '시대에 맞는 유교' 기치 아래, 간소화되고 남녀노소 모두 부담을 덜 수 있는 명절 예법을 연구 중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정립위) 등은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인사법 및 차례 방안'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차례상은 떡국·나물·구이·김치·술(잔)·과일 4종 등 총 9가지 음식을 올린 형태를 보기로 제시했다.
흔히 '차례상' 하면 떠올리는 각종 전이나 형형색색의 과일은 권고되지 않았다. 성균관은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며 "전을 부치느라 고생하는 일은 인제 그만두셔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과일에 대해서도 "4~6가지를 편하게 놓으면 된다"라고 '편의성'을 거듭 강조했다.
'명절 증후군' 막아라…성균관, 간소한 차례상 표준 마련
성균관이 '간소화 차례상'을 권고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추석 때도 성균관은 전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제외한 차례상 표준안을 권고했다. 당시 성균관은 "차례는 조상을 사모하는 후손들의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며 "이로 인해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의 불화가 일어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과 추석은 과거 차례상 준비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의견도 많았다. 명절 기간 전을 부치느라 체력을 소진한다는 의미로 '명절 증후군', '명절 스트레스' 등 신조어도 생겼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위기로 곡물·육류·과일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와 올해에는 차례상 차리기가 더 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정립위가 지난해 7월 국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례 문화 인식조사'에서도 명절 문화 중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로 '차례상 간소화(40.7%)'가 꼽혔다.
실제 유교는 '검소한 제사' 권고…"행복한 전통문화 계승해야"
또 과거의 화려한 차례상은 실리와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긴 유교와도 맞지 않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성균관은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등은 예법을 다룬 문헌에 없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홍동백서는 붉은 과일을 동쪽, 흰 과일을 서쪽에 배치하는 차례상 순서이며 조율이시는 대추, 밤, 배, 감 따위를 뜻하는 표현이다. 일부 가정에서는 이런 순서에 맞춰 제사상을 준비해 왔지만, 실제로는 특정 과일을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게 성균관의 설명이다.
실제 조선시대 유학자들도 '제사는 검소하게 지내라'는 취지로 권고한 글을 여러 차례 남긴 바 있다. 일례로 조선 후기 문신 겸 유학자인 갈암 이현일(1627~1704)이 남긴 '갈암집'에는 "상례와 제례는 형식을 갖추어 잘 치르는 게 아니라 슬퍼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더 낫고, 사치스럽게 하기보다는 검소하게 하는 게 더 낫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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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정립위 위원장인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제례 문화는 유림과 국민 의견을 묻고 연구해 올해 9월쯤 결과 보고회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 갈등, 노소 갈등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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