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현직 의사들과 방사선사, 임상병리사들이 모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삭발을 했다. 의협 한방특별대책위원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 중이다.
이들의 집단반발은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인(한의사)이 환자에게 투자법침술, 경혈침술, 복강내침술, 경피적외선조사요법, 한약처방 등 한방치료행위를 했다. 이 같은 한방치료행위의 전제가 된 진단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판례는 대법원이 나중에 직접 판례를 바꾸거나 국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앞으로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은 양방·한방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다. 2016년에는 골밀도 의료기기를 두고 소송전과 비난전을 이어갔다. 한국은 양방과 한방이 공존하는 나라다. 국민이 한쪽을 선택해 진단받을 수 있다면 의료 선택권 차원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대법원의 판단처럼 기술이 발전하며 진단기기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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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문성과 국민 수용도 부분에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과 진단 결과를 오독해 오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번 사건의 한의사는 2년 동안 68회에 걸쳐 기기를 썼음에도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했다. "의대에서 영상의학과 관련 이론 및 실습을 거친 의사만이 전문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반대 논리도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한방을 현대 진단의료기기를 활용한 현대의학적 진료까지 해당된다고 인식하고 있는가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와 정부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먼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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