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조폭③]홍완희 대구지검 강력부장 "돈되는 곳엔 항상 조폭이 있다"
檢 대표적 ‘강력통’ 홍 부장검사… "사회·경제발전하듯 조폭도 진화"
조폭 수사 ‘컨트롤타워’ 부재… 지능화 된 조폭에 무방비 상태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조직폭력단체(조폭)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검경의 대대적인 단속과 합동수사로 씨가 말랐던 조폭들이 2010년 이후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고개를 들기 시작하더니 현재는 보이스피싱·마약 등 민생침해범죄부터, 횡령·주식시세조정 등 금융 범죄까지 침투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반해 검찰은 조폭이 저지르는 지능화된 범죄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의 판단 착오나 정치권에서 밀어붙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같은 복합적인 내·외부 요인으로 인해 조폭에 대한 일선의 수사 의지는 철저히 무시됐다.
이 와중에도 검찰은 조폭 수사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조폭 수사 전문가에게만 붙일 수 있는 ‘강력통’의 계보를 잇고 있는 홍완희 대구지방검찰청 강력부장을 만났다.홍 부장검사는 전국 검찰청 중 강력부가 있던 서울중앙·인천·대구·부산·광주지검에서 모두 근무했다. 현재 검찰에서는 홍 부장검사와 더불어 박재억 창원지검장, 천기홍 대구지검 인권보호부 부장검사가 대표적인 강력통으로 꼽힌다.
홍 부장검사는 조직 범죄가 사회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경제가 발전하듯 조폭의 범죄도 진화한다는 것이다.
"조직 범죄 유형을 세대별로 유흥업소 갈취나 주류도매상 운영 등을 했던 1세대 전통적 활동 영역과 유치권 행사·시행사 운영·분양시장에 나섰던 2세대 부동산 영역, 무자본 M&A·주가조작 등 3세대 금융시장 진출로 분류하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경제발전과 맞물린 것입니다. 1970~80년대 건설 경기가 활성화됐던 시기에는 조직 범죄도 부동산 영역에서 주로 발생했었고,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시장 경기 둔화, 닷컴 붐 등과 맞물려 자본시장이 성장하자 조 직범죄도 이에 맞춰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조폭들의 조직 범죄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폭들은 돈을 쫓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범죄행위라고 하더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일이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홍 부장검사는 돈이 되는 곳에는 항상 조폭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조직 범죄는 돈이 되는 곳이면 어떤 영역에서든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폭들은 스포츠(승부조작), 밀수, 주식시장, 선물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조폭을 동원해 총선에서 금품을 살포한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조폭 범죄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폭은 필요하다면 언제든 폭력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조폭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으니까 주식시장이든 도박사이트던 돈이 잘 벌리는 사업을 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합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하고 건실한 기업가 행세를 하면서 범죄행위를 벌이는 조폭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은 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들이 성장할 시기에 수사·정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한 탓에 무방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범죄정보수사관부터 인원이 줄었습니다. 동향 파악이라는 것은 과거와 달리 민감한 부분이지만, 범죄 정보와 관련된 역량도 다시 키워야 하고 조직범죄 전담 검사·수사관 확충도 필요합니다. 경찰은 합법적으로 정보 수집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경찰과의 협업도 중요해졌습니다. 문제는 조폭이든 누구든지 회사를 만들어서 영업이 잘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범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자금 형성과정부터 막아야 합니다. 조폭들의 사업에는 합법과 불법이 항상 섞여 있다 보니 지능범죄를 저지르는 조폭을 포착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조폭의 범죄가 지능·다양화되는 동안 검찰 수사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폭들이 개입하는 범죄는 증가하고 있는데, 조직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없애버려서 수사할 기회조차 뺏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검찰 수사는 지방에 있는 조직 간의 세력 다툼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위를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최근 5년간 검찰의 조직폭력사범 단속 인원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검찰의 조폭에 대한 대응 역량이 약해진 것이 아닌지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폭력 관련 사건에 대한 검사의 직접수사가 제한된 것입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은 물론 형법상 범죄단체에 관한 범죄 역시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 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조폭 범죄 전담 부서나 인원이 축소된 것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7월 직접수사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전국 6대 지검에 설치돼 있던 강력부가 2개로 축소됐고 올해 7월 중앙지검 강력부가 부활했지만, 전담검사 및 수사관 수가 감소했습니다. 최소한 전국 6대 지검에 조직범죄 전담 부서 설치가 필요합니다."
홍 부장검사는 조직 범죄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우리도 이제 월급이 1000만원" 역대 최고…'반도...
"반부패범죄와 조직범죄의 수사부서 분리도 고민할 지점입니다. 반부패범죄와 조직범죄는 관련 수사기법, 주요 쟁점 및 법리 등이 서로 달라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부서장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것이 효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직접수사 총량 축소라는 명목하에 각 고유의 영역과 특성을 가진 양대 수사기능을 단순 통합해 집중도가 분산됨으로써 특유의 수사력과 전문성이 약화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특히 대검찰청에 조직범죄 전담 부서 설치는 매우 필요합니다. 일선의 폭력조직 및 조직적 경제범죄에 대한 전담 부서를 지휘하고 수사기법 개발, 보이스피싱 사건 등에 대한 국제공조 지원 등 수행해야 할 업무가 상당합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