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멈춤의 대가
파업-미봉책-파업 반복
근본적 해결책 없이 멈춤 되돌이표 사회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컵과일 40g, 아몬드머핀 55g, 바나나맛우유 240㎖. 돌봄과 급식 등에 종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던 지난달 25일,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이와 같은 대체급식을 제공했다. 혹시나 제공된 음식이 부실할 것 같아 맞벌이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간단한 주먹밥 도시락을 쌌다.
정규 수업시간이 오후 2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던 당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많은 친구들이 배고파했던 하루에 대해 얘기를 했다. 미리 대체메뉴가 무엇인지 공유된 상태였지만 컵과일 40g이 작은 포도 한알, 방울토마토 한개, 비슷한 사이즈의 파인애플 한 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리고 머핀 55g이 어린이 주먹보다 작은 사이즈의 빵이었음을 미처 깨닫지 못했었다.
순간 도시락을 쌀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에 감사함이 들었고, 출근시간이 빠듯해 이 마저도 챙기지 못한 다른 학부모들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 마음이 쓰렸다. 동시에 이와 같은 파업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하루로 끝난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변에서는 아이를 볼모로 파업이 감행된 데에 대한 불만과 오죽했으면 파업까지 할정도로 급식 종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환경과 처우가 열악한지에 대한 논쟁이 붙었다.
하루짜리 급식 파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규모의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시멘트, 석유화학, 석유, 철강, 자동차 등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각 산업계는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화물운송 지연·중단 뿐 아니라 공장 가동까지 멈추기 직전이라며 수천억, 수조원의 피해규모를 추산하며 파업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기사(차주)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확대를 고수하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한 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가운데서 가장 속이 타는 건 서민들이다. 화물연대 주장대로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영구적으로, 전면 확대 시행할 경우 지금의 파업 사태는 봉합되겠지만 주요 산업의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물가인상으로 인한 서민 부담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주장대로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서만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할 뿐 적용 품목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대다수의 화물차 기사들이 낮은 운임, 과적·과로로 인한 안전사고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대화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는 한 파업 지속·중단 관계없이 결국 피해는 서민들, 우리 경제가 고스란히 입게된다는 얘기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파업까지 가지 않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논의 주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아까운 시간들을 흘려보내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마주한 후에야 논의 조정 단계를 거치고 있는데 있다. 지난 6월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의 확대 정착을 위해 파업에 돌입했을 당시, 정부는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파업을 중단시키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이제는 화물 운송 중단 뿐 아니라 서민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지하철까지 파업 위기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인력 감축을 쟁점으로 타협에 실패하면서 노조는 전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 역시 고통은 오롯이 서민들이 감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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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권리보장과 이익을 위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하는 과정에서 서민들의 고통을 야기하고 경제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은 파업은 싸움의 수단이 아닌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최악의 시나리오 끝에 있어야 한다. 파업이 진행되고 나서야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는 안일한 태도, 대화가 잘 안되면 파업 부터 꺼내들고 마는 태도는 당장의 파업을 멈추기 위해 또 하나의 임시방편적 미봉책만 제시할 수 있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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