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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2도]연쇄살인을 부추긴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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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좋은 간호사' 재정적 이익 위해 환자보호 외면
의료사고 인정하면 환자 끊기고 수익 낮아져 인원 감축

[영상2도]연쇄살인을 부추긴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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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의료사고를 다룬다. 정확히 말하면 연쇄살인이다. 에이미(제시카 채스테인)는 미국 뉴저지주의 파크필드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한다. 고된 업무와 야간 근무로 한계에 다다를 즈음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난다. 사려 깊고 공감력 높은 간호사 찰리(에디 레드메인)다. 야간 병동에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끈끈한 우정을 다진다.


그런데 찰리가 온 뒤부터 환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잇달아 숨진다. 에이미는 사건을 하나하나 복기하다가 찰리를 의심한다. "그 일을 설명해주면…." "파크필드병원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왜요? 혹시 소문이 사실이라서요? 나는 당신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이해할 수 있다고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찰스 컬런은 1988년부터 2003년까지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병원 아홉 곳과 요양원 한곳에서 근무했다. 환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연쇄살인을 자행했다. 인정한 범행은 스물아홉 건. 실제 피해는 400여 건 있었다고 추정된다. 2003년 12월에 체포돼 징역 397년형을 선고받았다. 끝까지 살해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실체가 드러난 건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 경찰들이 복수 사건에서 유사성을 발견해 공조하면서부터다. 의약품 비축 혐의에서 출발해 차곡차곡 증거를 수집했다. 그러나 범행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부족해 오랜 시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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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는 사건화되기가 어렵다. 증인도, 카메라도 없다. 범죄 현장도 보존되지 않는다. 진료 내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무방비로 당하기 일쑤다. 의사나 간호사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일부 환자·보호자가 예상치 못한 상태를 의료사고로 몰아붙여 범죄자로 취급하는 까닭이다.

‘그 남자, 좋은 간호사’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든다. 간호사가 환자를 해치는 충격적 사건이 왜 계속 벌어지는지다. 토비아스 린드홀름 감독은 병원 시스템의 문제에 주목한다. 도입부에서 에이미가 수간호사 비브와 나누는 대화가 대표적인 예다.


"301호 환자 가족을 병실에서 자게 했어요?" "어르신이요? 네, 지친 데다가 새벽 1시였거든요." "가족을 위한 호텔을 운영할 만한 인력은 없어요. 경영진이 커피 필터마저 할당 배급하랍니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고요. 인력 충원도 사정사정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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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필드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들이 사건을 쉬쉬하며 은폐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의료사고를 인정하는 순간 환자들의 발길이 끊길 것을 두려워한다. 대외적으로 알려져 수익이 낮아지면, 책임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지운다. 인원 감축을 명분으로 해고한다. 에이미는 직격탄을 맞을 위치에 있다. 심장병을 앓으면서도 어떻게든 근무 일수 1년을 채우려고 한다. 당장 벌이가 없으면 두 딸을 키울 길이 막막해진다.


여전히 많은 병원은 재정적 이익을 지키고자 각종 비리를 눈감는다. 의료사고에 투명하게 대처하지도 않는다. 과연 미국만의 문제일까? 원작을 쓴 찰스 그래버는 다큐멘터리 ‘살인 간호사를 잡아라’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


"찰스 컬런은 여생을 감옥에서 보낼 테지만, 그를 떠넘긴 자들과 책임을 지라고 큰돈을 받은 자들은 한 번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옳은 길을 가지 못한 거다. 환자를 보호하고 보살피는 일 말이다. 한마디로 실패했다. 하지만 건재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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