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농업도 기술직 시대"…2030 초보농부 '억대 수입' 올린다
[르포]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현장 가보니
[아시아경제 경북(상주)=손선희 기자] 지난 18일 경북 상주시 사벌국면에 자리 잡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상과학 영화에 나올법한 거대한 유리 온실에 들어서자 멜론, 오이, 토마토, 딸기 등 작물들이 가지런히 열을 맞춰 자라고 있다. 첨단 기술로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춘 덕분에 작물들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고른 크기로 영글었다. 2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초보 농부들이 다소 서툰 손길로 딸기를 수확하고 있었다.
국내 농업계는 농가인구가 갈수록 줄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장마 등 잦은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큰 위협에 직면했다. 농업에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접목해 조성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정부는 2019년부터 총 5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투자해 전국 네 곳(경북 상주, 전남 고흥, 경남 밀양, 전북 김제)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했다. 그중에서도 이곳 경북 상주 혁신밸리에는 가장 많은 사업비(1548억원)를 투입, 전국 최대 규모(42.7ha)의 시설을 갖췄다. 지난달 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다녀가기도 했다.
(왼쪽)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 재배되고 있는 멜론 (오른쪽) 한 교육생이 직접 길러낸 딸기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 : 농식품부 공동취재단)
원본보기 아이콘경북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주요 시설은 ▲청년창업 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 ▲빅데이터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창업 보육센터는 만 18~39세 미취업청년을 대상으로 매년 52명을 선발해 20개월 동안 스마트팜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곳이다. 농사를 직접 지어 판매하는 실전형 프로그램이어서 교육을 받는 동시에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올해로 5기 교육생을 맞았는데, 경쟁률이 2.7대 1을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특히 경북 상주 스마트팜은 다른 지역과 달리 주거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는 차별점 덕분에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5기 교육생 중에는 20~30대에 걸친 세 자매가 동시 합격해 청년농촌보금자리에 동시 입주한 사례도 있다.
이건희 상주시 스마트밸리운영과장은 "농업 관련 학교 출신은 매년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하는 정도고, 농업을 완전히 처음 배우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오이나 멜론의 경우 연간 3~4회 재배할 수 있어 교육받을수록 점점 더 농사가 잘돼서 매출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교육생들이 생산한 농작물은 공판장이나 서울 가락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외에 인근 학교 급식재료로 제공되도록 연결해주거나 일부 계약재배 물량도 있다. 이 과장은 "스마트팜에서 재배된 작물은 품질이 특등급으로 좋아 판로 걱정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기 교육생 중 방울토마토 농사를 지었던 2030세대 청년 농부 10명이 불과 8개월 만에 총 4억2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중 3명은 20개월의 교육을 마친 뒤 1500ha 규모의 스마트팜을 임대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3년간 총 12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인당 연간 약 1억3000만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교육 수료 후 스마트팜을 임대받은 또 다른 청년농 2명은 함께 딸기를 기르고 있는데, 올해 예상 매출액만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초보 농부들이 농사 경험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억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적 생육환경을 갖춘 스마트팜 덕분이다. 스마트팜이 일반 농가와 가장 차별화되는 것은 '빅데이터 센터'의 존재 여부다. 온도, 습도, 일사량 등 기상 상황은 물론이고 온실 내 토양정보, 난방기, 관수제어 등 센서로 제어되는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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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곧 스마트농업의 핵심 정수나 마찬가지다. 이 데이터가 얼마나 오래, 더 많이 쌓였느냐에 따라 더욱 고도화된 '생육 최적환경'을 발굴해 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스마트농업에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되는 네덜란드에서는 무려 60년에 걸쳐 농업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팜의 확산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꼭 필요하고, 데이터가 (스마트농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식재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에 걸친 생육 최적 환경을 정형화된 1개의 데이터로 만들어 인터넷으로 공유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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