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자산 사실상 '상시배치'…"김정은 정권 종말 맞을 것" (종합)
한미, SCM 통해 전략자산 韓 상시배치 결정
나토식 핵공유처럼 정보공유 등 4갈래 공조
美 의지 반영해 담긴 '金 정권 종말' 문구
전략자산 상시배치 땐 '제2의 사드'…북중 반발 예상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장희준 기자] 한미 국방부 장관이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 대신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배치 수준으로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처럼 상호 협력망을 더 촘촘한 모델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 등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무기가 상시배치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양국 장관은 또 북한의 잇따른 도발이 이어지자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4일 새벽까지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동해상으로 포병사격 80여 발을 가하는 등 또다시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19개 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과 나토 비(非)핵국 간 핵 공유 체계 등에 착안해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고, 불안정을 유발하는 북한의 행위에 맞서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을 찾아 나간다는 미국의 공약도 재확인했다. 이렇게 되면 정책 범주별 협력에 따라 위기 판단과 대응, 확장억제 수단 결정, 핵사용 결심에 한국의 ‘발언권’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
이종섭 장관은 이날 SCM 이후 기자회견에서 "전개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는 방식을 통해 미 전략자산을 상시배치에 준하는 효과가 있도록 운용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군사적으로 합참과 연합사 간 실시간 협의하는 채널을 이용해 상시배치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운용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배치는 2017년 말 양국이 이미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평창 올림픽으로 화해·대화 국면으로 정세가 전환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 한미정상회담에서 ‘적시·조율된 방식의 전략자산 전개’ 합의가 도출되고 F-35A 스텔스 전투기,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000t급), 핵 추진 잠수함 아나폴리스함(SSN-760·6000t급)이 공개적으로 한반도를 찾았다. 양국 장관은 이날 펜타곤 인근 앤드루스 기지를 찾아 B-1B와 B-52 전략폭격기 아래 나란히 선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전략자산 상시 전개라는 미국의 공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한국시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 앞서 미국 국방부 청사(펜타곤) 입구에서 의장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원본보기 아이콘이번 공동성명에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 문구가 처음으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성명에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SCM 공동성명은 한해 동맹 현안을 결산하고 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한미가 북한에 강력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는 성명에 담기지 않았다. 이 장관은 이날 SCM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에 대해 군 당국 안팎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를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서 전술핵 배치 이상의 효과를 구현하려는 타협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적 공격의 최우선 목표물이 되는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보다 오히려 안전하다는 장점을 부각하기도 한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확장억제를 제공할 충분한 능력이 있고 그것을 제시할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실행을 신뢰할 수 있느냐, 미국의 능력과 의사결정·실행 사이 과정 중에 한국의 목소리나 활동이 얼마만큼 반영되느냐"라며 "이번 SCM은 그런 문제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가 전략자산을 상시 전개하기로 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에 이어 또다시 외교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압박에 따른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추진 → 한·미의 군사적 대응 강화 → 중국의 반발과 북한의 새로운 도발 등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험악해지는 악순환의 반복도 우려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한편 여야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규탄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 도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 북한 도발 규탄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의했고, 민주당도 그렇게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재 문안을 놓고 협의하는 중"이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