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로 몰리거나 부상 책임 떠안을까 걱정보다 사람 먼저 도와야
신현영 의원, 응급상황 때 책임 완화하는 ‘착한 사마리아인법’ 6월 발의

29일 오후 벌어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벌어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시민들이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환자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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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29일 이태원 참사에서 구급 대원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다. 그러나 환자 중 여성들이 대다수여서 남성들이 CPR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생존자 증언이 나온다.


대규모 재난 상황에서 이후 상황을 우려해 구조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해 대다수 네티즌은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급한 상황에서도 남성들이 여성 환자에 손을 못 댔다니 세상이 왜 이렇게 된 걸까"라며 "저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사고 수습 후 벌어질 문제로 남녀를 나눠 CPR을 행하려고 한다는 것에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체구가 작고 근력이 모자라니 피해가 컸다고 하더라"며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CPR에 못 나선 부분은 이제부터라도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 환자에게 손 쓰지 못한 남성을 두둔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남성들에게 '눈앞에 한 여성이 쓰러져있다면 CPR을 할 것이냐'라고 질문한 결과 관망한다(63%)가 1위로 꼽혔다. 이어 CPR 한다(29%), 여자(8%) 순으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의협심에 (여성에게) CPR을 하다가 자칫 성범죄자로 몰려 인생이 나락으로 갈 수 있다"며 "가족 외 여자는 손끝도 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심폐소생술을 했다가 갈비뼈라도 부러지면 치료비 내놓으라고 한다"며 "나중에 고소당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진희 변호사는 YTN과 인터뷰에서 "객관적으로 위험하거나 위험하다고 일반인이 다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겁낼 필요는 없다"며 "정말 위험한 사람을 먼저 돕는 게 중요한 것이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또는 업무 수행 중이 아닌 응급의료종사가 선의로 제공한 응급의료 등으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사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사망 사고'의 경우 책임을 '감면한다'고 돼 있어 일말의 책임 우려가 있다.


의료계에서도 여전히 응급상황 때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부분 탓에 적극적인 선의의 의료행동에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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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응급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을 대폭 완화하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을 발의한 상태다. 신 의원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타인을 돕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선한 마음으로 나선 이들이 법으로 제대로 보호받아야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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