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더 힘들어" 끼어있는 '중간관리자' 차·부장들을 위한 호소[찐비트]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중간관리자는 괜찮지 않다. (The Middle Managers Are Not Alright.)"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설문조사를 인용해 중간관리자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힘든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간관리자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보통 차장 또는 부장을 의미하는데요. 이들은 기업 내에서 일정 수의 직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죠. 동시에 한 기업의 최고 관리자, 즉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맡습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 경영진 스트레스 덜할 때…번아웃 호소하는 중간관리자
기업용 메신저 플랫폼인 슬랙이 만든 컨소시엄 퓨처포럼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6개국에서 1만명 이상의 사무실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중간관리자들의 번아웃 상태가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당신은 직장에서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중간관리자의 43%가 그렇다고 답한 겁니다. 일반 직원이 40%, 중간관리자보다 높은 고위 간부가 37%, 경영진이 32%로 답변율은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사실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어려운 일이 조율인 듯 싶은데요. 그러다 보니 조율이라는 역할을 맡는 중간관리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어려운 역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어요. 미 시사주간지 디애틀랜틱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5년 컬럼비아대에서 진행된 2만2000명의 정규직 근로자 대상 연구 결과 일반 말단 직원이나 기업의 수장보다 감독관 또는 관리자가 더 높은 비율로 우울증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당시 연구진은 중간관리자를 두고 '모순적인 위치(contradictory-class location)'에 있다고 표현했는데요. 중간관리자들은 일반 직원보다는 더 많은 임금과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경영진에 비해선 덜하고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비교적 적다는 것이죠.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은 참여하지 못한 채 상부에서 만든 정책을 직원들 상대로 직접 시행해야 하는 일도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양쪽에서 압박이 생기고 이중으로 압박받는다는 겁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이러한 상황이 더 악화했다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조사, 발표한 바에 따르면 관리자급 정규직 근로자 중 번아웃을 느낀다고 답한 비중은 2020년 28%에서 2021년 35%로 대폭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경영진은 25%에서 22%로 오히려 줄었고, 일반 직원은 27%로 동일했어요. 갤럽은 같은 기간 중 관리자들이 다른 직급에 비해 우울증을 진단받는 비율이 증가했고, 이들 중 일과 삶의 균형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한 답변자가 관리자급에서는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고 분석했습니다.
◆ 코로나는 왜 중간관리자를 괴롭게 했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확산한 것이 바로 원격근무죠.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미국 등에서는 이러한 원격근무를 종료하고 사무실로 복귀하라고 요구하는 경영진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양측의 견해차가 크고 충돌을 빚다 보니 이를 조율해야 하는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직원을 설득하라는 경영진의 압박, 사무실 출근을 거부하며 물가 상승에 대응해 임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직원들 사이에 껴 점점 지치게 됐고 번아웃을 호소하는 중간관리자가 늘었다는 의미죠.
실라 서브라마니안 퓨처포럼 공동 창립자는 블룸버그에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확인한 것은 중간관리자들이 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는 최근 중간관리자들이 원격근무를 하던 직원들을 사무실로 복귀하도록 하는 문제와 관련해 "팀원들에게서 '왜 이렇게 해야 하냐, 왜 종일 줌으로 소통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듣게 된다"면서 "중간관리자들은 이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무실 복귀 문제뿐 아니라 중간관리자들도 직원을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기업 문화도 유지를 하면서 팀 업무를 해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죠. 근무 환경이 크게 바뀐 상황에서 중간관리자들은 업무나 회의, 성과 평가 등 모든 사안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면서 실적을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경쟁 상대인 동료 관리자와 이러한 문제를 공유하지 않아 심적으로 더 어려워진다는 외신 보도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술이 발전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원격근무까지 확산하면 분산되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조직에서 중간관리자의 존재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검은 월요일에 줍줍 하세요"…59만전자·400만닉...
오히려 최근 발생하는 상황들을 보면 개별 직원들을 살피고 관리하는 중간관리자의 조율은 더욱 필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히라 야세르 영국 서식스대 교수는 지난해 6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중간관리자의 진짜 가치'라는 글에서 "기업이 관리와 소통에 있어 (기술 발전으로) 가상 세계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간관리자를 '연결하는 리더(connecting leaders)'로 만들기 위한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했는데요.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에, 압박 대신 교육과 투자를 통해 중간관리자의 고민을 덜어줄 방법을 찾는 것이 기업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